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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성남 판교 환풍구 사고와 세월호 사고의 공통점

성남 판교 테크로밸리 환풍구 사고로 인해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들이 들려오면서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사고의 원인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와중에 왜 이리 많은 사고들이 발생하는가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진짜 이 정권에서 국운이 다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그럼 유독 대형사고가 잦은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사고였던 세월호 사고와의 어떤 공통점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 해상에서 세월호가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여행객들을 싣고 항해하다 침몰하였습니다.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박의 불법 개조, 이 불법 개조를 통한 과다한 선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던 인원들을 그대로 수장시키고 말았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국가 안전 재난에 대한 시스템과 컨트롤 타워의 부재, 경험 및 기술 부재, 관료적인 사회 및 부정부패가 판치는 정부기관이 낳은 참극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10월 17일.. 성남 판교 테트노밸리 환풍구 붕괴의 원인

성남 환풍구 사고는 어떨까요. 현재 수사가 시공결함을 발견했다라고 보도되고 있는 것 같은데 가장 원론적인 원인은 올라가지 말아야 할 환풍구 그레이팅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잘못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끔 인터넷 상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물으면 무슨 좌빨 선동가로 매도하는데 왜 국가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

일반적인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사고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은 '불안전한 상태'였느냐 아니면 '불안전한 행동'이였느냐로 설명합니다. '불안전한 상태'는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환경적인 요인을 말하고 '불안전한 행동'은 사고자가 어떤 안전 규정을 어기고 안전을 무시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월호와 이 성남 판교 환풍구 사고에도 이런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이 있을 것입니다. 아래 표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 사고 원인 분석

구  분

세 월 호  사 고

성 남  판 교  환 풍 구  사 고

불안전한 행동

▶ 과도한 선적

▶ 선박 불법 개조

▶ 환풍구 그레이팅에 올라서는 일

불안전한 상태

▶ 선박 불법 개조 승인

▶ 선적시 확인 작업 선주들의 이익만을 대변 하는 시스템

▶ 사고 발생시 지휘본부 부재

▶ 사고 처리 전문가 집단 부재

▶ 해경과 언딘의 유착(?)

▶ 환풍구 출입 원천 봉쇄 시설 미비

▶ 관련 법규 및 규제 미비

▶ 안전 감시 요원 부재

 

 

앞 표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성남 판교 환풍구 사고의 원인으로 가장 큰 것은 저 곳에 출입하는 곳이 아니라면 원천적으로 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걸 단순히 피해자의 탓으로만 돌릴 수가 없는 것이 우리들 중 저곳에 올라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요? 사고현장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었다고 하나 얼마나 적극적으로 출입을 금지하는 문구였겠습니까?

 

 

안전이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안전까지 확보해야 진정한 안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과 국가의 책임은 없다?

저 그레이팅을 올라설때 머릿속으로 구조계산 후 올라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올라가는 겁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요. 그런데 대한민국 어디를 가봐도 저런 환풍구에 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장치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이와 관련된 규제가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하다는 의미겠지요. 이건 국가 혹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헌법으로 약속했으면 그와 관련된 행위들을 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 책임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최소한 노동부나 행자부에서 사회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 여러 안전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추론하는 일들을 안하고 있는겁니다. 제가 비단 박근혜 정부에만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 이전부터 쭈욱 있어왔던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행정편의주의가 낳은 결과가 이제 속속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가 왜 정부 책임이냐고 묻는 사람들은 정말 국가 행정이나 시스템에 관심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병언 일가의 문제라면 과도한 선적과 선박의 불법 개조, 해피아들과 관련된 정부기관의 부정부패를 국가는 왜 놔두었습니까? 몰랐다구요? 그건 핑계가 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토의하고 논의하여 제도를 정비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감시 및 관리를 제대로 하는 일은 정부의 일이 아니던가요? 국가는 그냥 존재만 하고 있는 신같은 존재가 아니잖습니까.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죠. 일을 하는게 뭔 사업을 하고 예산을 심의하고 논평을 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잖아요. 그건 부수적인 거에 불과해요. 진짜 일은 저런 겁니다. 국가가 앞으로 진보하기 위한 현재의 토론, 제도의 실험, 정비. 이게 진짜 일인데 세월호때도 그렇고 이번 성남 사고도 그렇고 정부는 넋 놓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만일 혹시나 저런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면(실제로 저 환풍구에서 사고 많이 납니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전문가집단에게 용역의뢰를 하던지 자체 토의 및 논의를 거쳐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시설물에 대한 규제, 법규 마련등을 했어도 십수년전에 했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는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게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입니다.

 

 

시민의식 향상도 국가의 몫이다.

물론 과다한 규제와 법규만이 답은 아닙니다. 충분한 국민들에 대한 홍보 및 교육도 필요하고 자발적인 시민의식을 키워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시민의식은 자발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시스템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시민의식 탓만 하고 국가가 아무것도 안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없게 되겠지요. 공교육을 통한 국민들의 지적수준을 올리고 여러 루트의 행정 및 기술적 보완을 통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안전한 행동을 할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산업현장에서 배우는 내용입니다. 근로자에게 불안전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불안전한 상태를 만들지 않는것. 안전의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이것이 일하는 근로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일까요? 모든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도 해당될 것입니다.  산업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고용주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국가영토내에서 국민들이 사고를 당하면 왜 국가에게 책임을 묻지 못할까요?

 

지금까지 제가 세월호와 이번 성남 판교 사고를 비교하면서 안전과 국가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요. 이게 바로 우리나라 정치와 행정이 아직도 후진국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자신의 역할이 뭔지 자신들의 과오가 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많은 사고들이 지금 박근혜 정부와는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들에 대해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은 계속 발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