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노이, 거닐다

베트남에서 거주지 신고 잘못으로 곤란을 겪었던 이야기

베트남은(특히 제가 살았던 하노이에서는) 지난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아직도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태도가 강한 듯 합니다. 이는 비단, 자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 거주자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물론 자국민에 비하면 외국인 거주자들에게는 조금 너그러운 것도 사실입니다만 말이죠.

 

특히, 주민들이 어디서 거주하는지 꼭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은 자신의 거주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들었던 말로는 이 거주지가 불분명한 사람은 추방당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는데 추방보다는 집주인이 벌금을 낸다고 하네요. 이는 아마도 불법체류자에 대한 문제로 기인한 듯 합니다. 호텔에 거주할 때도 신고를 합니다. 신고 주체는 머무는 숙소 주인이 합니다. 집을 렌트한 경우는 집 주인이, 호텔에 묵는 경우는 호텔에서 친인척 집에 머물러도 그 집 주인이 거주자가 도착한 12시간 이내에 공안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하노이 Times City>

 

제가 이런 절차에서 문제가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한국인 직원들을 위해 집을 구해줬습니다. 이 모든 행정업무는 저희 회사 현지 관리팀에서 진행하죠. 저는 단지 여권을 직원에게 주고 이런 저런 신고서에 작성을 하면 됩니다. 처음에 하노이에 들어가서 숙소를 배정받았고 새로 제가 집을 구해 나가기 전까지 그 곳에서 거주했습니다. 입국하고 한달쯤 지났을까요? 베트남 관리직원 하나가 제게 와서 △△숙소에서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숙소는 제가 살고 있던 곳이 아니였어요. 그래서 저는 00숙소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다시 얼마 뒤 한국인 직원이 제게 와서,

 

과장님~ 00숙소에서 사시죠? 진짜 죄송한데 오늘 퇴근하고 △△숙소에 좀 가 계시면 안되겠습니까?”

 

라고 말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오늘 △△숙소에 공안들이 거주자 점검을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숙소로 등록이 되어 있다는 거에요. 베트남 직원들이 실수를 했다고 했습니다. 좀 짜증은 났지만 어쩔 수 있나요. 잘못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저희 직원이 그 곳에 가 있기만 하라고 해서 △△숙소로 갔습니다. △△숙소는 5층짜리 건물 통째로 저희 회사에서 렌트한 것인데 각 층에 2개의 방이 있습니다.(1층은 주차장과 주방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그 중 비어있는 방인 4층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4층에 올라가니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방이였습니다. 저는 그냥 이렇게 앉아 있으면 되겠지?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저녁 8시쯤 되니 건물 관리인과 공안 두명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공안이 제가 있는 방을 둘러보더니 저에게 짐은 다 어딨냐고 묻습니다. 의외의 질문에 당황했습니다. 통역을 맡고 있던 건물관리인에게 오히려 제가 이게 뭔소리냐고 했죠. 그냥 요식행위로 끝날 것 같았던 거주자 점검이 이상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건물 관리인에게 따지듯 말하는 공안의 표정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라는 알 수 있었죠.

 

공안이 하는 말은, 옷가지도 하나도 없고 이불도 없고 짐도 없는데 과연 이 사람이 여기서 사는 사람이 맞느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난 그냥 우리 직원이 가서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 있었을 뿐인데

 

공안이 돌아가고 나서 건물관리인은 오히려 저한테 투덜대더라구요. 왜 짐을 안가져왔냐. 이렇게 있으면 당연히 의심을 받지 않냐라면서요. 저는 다시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죠. 이게 어떻게 된거냐. 요식행위 아니였냐. 나 쫒겨나는 거냐.. 라면서요.

 

 

<제가 살던 집의 2층 로비의 모습입니다.>

 

점검은 다음날 다시 하겠다고 공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날, 저는 △△숙소 윗집에 사는 직원의 옷가지와 짐을 빌려 4층으로 낑낑대며 옮겼습니다. 이러다 잘못하면 추방당할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과 함께 말이지요. 여기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방에서(내 방도 아닌 곳에서) 속옷만 입고 있었죠. ㅎㅎ

 

공안이 오기를 다시 기다렸는데, 건물관리인 혼자서만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면서 공안 안와요~ 집주인이 만나서 해결했어요~ 라고 해맑게 말하더라구요. 전 속으로 ~ 돈으로 해결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최악의 상황이란 오지 않는다라는 말은 맞는 것이더라구요.

 

그제서야 건물관리인은 저에게 미안합니다 라고 하더라구요.

, 뭐 그럴수도 있지라는 제스쳐와 함께 말했습니다.

 

콩 싸오 (Khong sao.)  – 괜찮아~

 

이후 전 관리직원에게 제대로 다시 신고하라고 갈궜죠.

이후 한번 더 검사가 나왔는데 그 때는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하노이의 한인타운 '미딩 송다'>

 

혹시나 베트남에서 거주하시려고 하는 분들은 주거지 신고 잘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잘못되면 곤란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