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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베트남에서 집을 구할 때 알아두면 좋을 것들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영향 때문인지 베트남의 건축은 좁고 긴 형태의 건축이 많습니다. 아파트나 고급주택을 제외하고 일반 베트남인들이 사는 주거형태는 대부분 좁고 긴 건물인 듯 합니다. 저희가 구한 집도 그런 건물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방은 도로변에 위치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건물 뒷편에 위치하는 방도 있게 되지요. 불행하게도 저희 방이 그런 건물 뒤쪽 방이였습니다. 그래서 창이 없습니다. 창이 있는 방은 이미 다 렌트되었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하죠.

뭐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창문 있어봐야 매연이나 미세먼지들이 들어오는 통로나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울면서 생각하려 했습니다.(그래도 창문 있는 집이 좋아요. 빨래도 잘마르고 말이지요) 좁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은 참 이뻐 보이기도 합니다. 집마다 입면의 형태가 다르고 색깔도 다 다르다 보니 좀 허름한 것을 제외하고는 유럽의 이쁜 마을 같기도 합니다. 이것도 스스로 위안하는 것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요.

 

 

하노이 집

 

 

 

 

<베트남 하노이의 흔한 주거 풍경>

 

 

 

1층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사용하거나 거실로 이용됩니다. 그리고 대문이 따로 없으므로 거의 모든 건물 1층에는 방범셔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방범셔터 사업하면 정말 잘될 것 같아요. 방범셔터도 얼마나 좋은지 리모컨 시설이 대부분 되어 있어서 우리가 집 키를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셔터 리모컨을 가지고 다닙니다. 셔터가 열리면 거실이 있는 집은 출입문이 하나 더 있고 주차장이 있는 집은 바로 넓은 1층 공간으로 진입을 할 수 있습니다.

 

집을 구해 이사를 하고 첫 날 옆집을 부수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죠. 그만큼 베트남 집들은 방음이 되지 않습니다. 방 문도 문턱이 없는 형태라 밖에서 나는 소리가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오지요. 흡사 벽이 없는 듯한 소리전달에 벽이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건축일을 하고 있지만 어떤 재료로 집을 지으면 이렇게도 소음차단이 되지 않을까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건물 외벽 두께가 얇거나 콘크리트 재료가 좋지 않을 것이라 추측은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소음보다 더 큰 문제가 있지요.

 

그건 단열이 전혀 안되는 것이라는 것. 베트남 건축하는 분들은 단열이란 개념을 전혀 모르나봐요. 이렇게 더운 나라에 무슨 단열이냐 싶겠지만 단열이 내부 온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외부의 열이 내부로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집 안이라고 그렇게 시원하지만은 않아요. 집 안도 늘 습하고 덥죠. 그러다보니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집 안에 곰팡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일상이 곰팡이와의 전쟁이죠.

 

 

베트남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굉장히 발달해 있는 듯 했어요. 거의 모든 집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구요. 에어컨 성능은 정말 부러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물론 다 외국제품들이지만 한국에 가져가고 싶은 에어컨들이 많았습니다. 선풍기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데 한국산 선풍기가 가격도 비싸고 인기도 많습니다. 아마도 품질이 우수해서 그런거 같아요. 한국 제품이 아니더라도 선풍기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전자상가같은데 가보면 이 선풍기 종류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여름에는 그래도 에어컨이라도 있으니 어떻게든 지낸다 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겨울입니다. 10월부터 하노이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외부의 추위가 그대로 실내로 전파됩니다. 단열도 없고 따로 난방도 없는 베트남 집에서는 겨울이면 뼈가 시린 추위를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베트남이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높은 습도로 인해 영상 10도만 되도 관절이 시려울 정도로 추워집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필수품으로 전기장판이 필요합니다. 더운지방에서 전기장판은 아이러니일 수 있지만 왠만한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제가 얇은 이불 하나로는 잠을 자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상 기온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베트남 판자촌

<하노이 외곽의 판자촌>

 

 

 

베트남도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다보니 제가 경험한 주거수준에도 못미치는 곳에서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랑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모두 하노이 사람들은 아니였어요. 많은 근로자들과 몇몇 직원들은 저 멀리 시골에서 올라와 일을 하는 사람들이였고 돈이 없어 직원들 몇몇이 돈을 모아 관짝만한 방을 하나 구해 정말로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자고 다시 출근하는 사람들도 꽤 됩니다. 그런 집은 위생은 정말 엉망이고 에어컨이 없어 여름이면 차라리 집 밖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모습은 차마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살던 집의 월세 수준은 저에게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지만 일반 건설 근로자들에게는 4~5달동안 번 돈을 모두 월세로 내야만 살 수 있었던 곳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근로자들은 하노이 중심부에서도 오토바이로 2시간씩 떨어진 곳에서 살며 출근합니다. 베트남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수도에 집을 구해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의 실상황은 이런지라, 제가 보고 겪었던 베트남의 주거환경은 어찌보면 아주 단편적인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이쁘다고 얘기했던 그런 가옥들은 우리나라 강남의 아파트 단지를 보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것 없습니다. 도심지에서 멀어질수록 주거의 형태는 더 허름해지고 오래되고 작습니다. 그런 것마저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많지요.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일입니다.

 

알고 지냈던 화이양도 자기네 대가족이 새로 손수 지은 집으로 이사한다며 기뻐했습니다. 얼마나 큰 집인지는 가보지 않았으나 그들이 꿈꾸는 집의 단순히 몸을 뉘울 곳이 아닌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하노이는 돈을 좇아 들어온 노동자들의 아주 비싼 작은 개인 공간으로 전락되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죠.

 

 

 

 

 

 

 

한인들이 주로 사는 미딩에 가면 고급 주택들이 많습니다. 그 주택의 모습과 베트남 사람들의 고된 삶이 좀 어색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우리 한국 한인들은 어떻게 비춰질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미딩

 

<베트남 하노이의 코리아타운인 미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