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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렌지후드를 바꾸다.

지난 10일 저는 드디어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예전 자취할 때 수도 없이 이사를 해봤지만 결혼하고 제대로 살림을 꾸린 후에 하는 이사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더라구요. 참 힘든 과정입니다. 특히 제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 아주 저렴한 집을 구해야 했다 보니 집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전에 살던 입주자가 떠나고 난 뒤의 집의 모습은 말그대로 '멘붕'이였습니다. 이리저리 닦고 고치고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전세 이사하면서 왜 그리 돈을 들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집 주인과 저희 부부의 '쓸만하다'라는 기준이 너무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노부부를 상대로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저렴한 전세집 구했으니 내가 좀 돈 들여 수리해 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제 아내가 도저히 그냥은 쓰지 못하겠다라고 했던게 싱크대였습니다. 저도 차마 그냥 닦아서 쓰자라고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리고 싱크대는 음식을 하는 곳이잖아요. 어떻게 닦아서 써볼 수 있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전에 이 집에서 살던 분이 여자분이라고 했는데 창문이며, 화장실이며 싱크대며 이렇게 청소한번 안하고 살 수 있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묵은 때가 락스를 가지고 여러번 지워야 겨우 가시더라구요. 그래도 영 찝찝했어요. (여러분 전세집 이사 갈 때는 청소는 좀 해놓고 가시자구요~)

 

그래서 인근 시장에서 싱크대 하시는 분을 찾아가 저렴한 가격에 하부 싱크대를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주인이 반대하더라구요. ㅎㅎ 나중에 이사갈때 떼어갈거 아니냐고 하면서 말이지요. 저는 '허허'웃으며 안가져갑니다. 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제가 이사가면 더 좋은 걸 사가지고 가야지 이런거 가져갈 이유가 하나도 없었지요. 그렇게 싱크대를 교체하고 나니 눈에 거슬리는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싱크대 상부장에 부착되어 있던 렌지후드였지요.

 

렌지후드의 상태는 말그대로 오물덩어리였습니다. 한번도 안닦았는지 기름때가 두텁게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기름때 때문에 요리를 하면 위에서 기름이 떨어졌었나봐요. 아예 은박테이프로 밀봉을 해두었더라구요. 렌지후드 위르 살펴보니 먼지와 기름때 그리고 바퀴벌레 잔해들이 한가득이였습니다.

 

<보기에도 아주 오래된 렌지후드>

 

<뭐가 떨어지는지 은박테이프로 흡기구를 붙여놓은 모습>

 

<상부엔 먼지와 바퀴벌레 잔해들이....>

 

<찌들어 있는 기름 때>

 

저희 부부는 그냥 렌지후드 안쓰고 살아볼까 하다가 인터넷을 살펴보니 저렴한 것은 한 3~4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렌지후드를 요리조리 살펴보니 설치, 해체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렌지후드는 해체해놓고 이리저리 박박 닦아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전 세입자 정말 대단합니다. ㅡㅡ)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으라치면 저 렌지후드에서 얼마나 많은 이물질과 병균들이 떨어졌을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새로 구입한 렌지후드, 11번가>

 

며칠있다가 렌지후드가 도착했습니다. 냅다 개봉을 해봤는데 싼게 비지떡인지 몰라도 일부가 깨져서 왔습니다. 반품시킬까 하다가 그냥 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하지도 않는거고 반품시키는 과정에서 내가 홧병에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죠.(이쯤되면 아마도 전 호구가 맞는거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글로벌 호구짓만 하고 다녔는데 ㅎㅎ)

근데 이거 설치하는게 왜이리 힘들던지요. 기존에 있던 후드자리와 사이즈도 안맞고 설치 방식도 다르고 합디다. 렌지후드 옆에 달린 날개에 나사를 박아 상부장에 고정하는 방식인데 이게 영 어렵더라구요. 렌지후드를 누가 하나 잡아줘야 하고 나사를 박는 위치도 자바라 연통에 걸리고 플러그에 걸리고 해서 땀 꽤나 흘렸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제가 깨달은 교훈은,

 

'렌지후드는 혼자 달지말자. 전문가 시키자.'

 

입니다. 생각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였어요.

 

 

 

 

<새로 설치한 렌지후드입니다~>

그래도 어설프지만 새로 온 렌지후드덕에 안심하고 음식조리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이 마련되었습니다 .작동도 아주 잘됩니다. 하하 그럼 됐지요. 뭐. 혼자사시는 분들 렌지후드도 가끔 청소합시다. 그리고 전세 사시는 분들 집 나갈때 렌지후드 좀 청소하기 힘드니까 평소에 좀 합시다. 그 다음 이사 올 사람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먼저 여러분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