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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서울에서 집 구하기 프로젝트] 02. 발품 팔아 삼만리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기 위해 석촌호수 인근 부동산집을 찾아다녔습니다. 목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 가지고 집을 구해보자는 것이였습니다. 앞 글에서 말한 카페를 통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했었습니다. 부동산 집에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투룸을 원한다고 했고 석촌호수 인근이였으면 좋겠다라는 단서를 달았죠. 처음에는 오피스텔로 알아봤습니다.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의 크기만큼 목표가 내려가는 것을 저항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게 되었죠. 물론 전세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월세를 일부 끼고 하는 형태의 반전세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보니 매물도 많지 않았죠. 제가 알아본 집들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오피스텔 - 후덜덜한 가격과 관리비

 아내와 저는 무조건 오피스텔로 가겠다라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였습니다. 아파트만 같진 않지만 그나마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전세가격이 13~17평만 되어도 최소 2억 정도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돈은 얼마 안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대출을 받아 살기는 싫었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관리비가 수십만원에 달했습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들어가보려 했으나 아내가 차라리 8평짜리를 가더라도 몇 천만원되는 돈을 대출받기는 싫다고 했습니다. 그 의견에 동의했죠.

 

2. 빌라 - 집다운 집은 없는가

 석촌호수 주변에는 빌라들이 참 많죠. 빌라촌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더라구요. 그 많은 빌라들의 주인들은 누구인지 참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빌라들도 가격은 1억 5천 이상 되었습니다. 집도 참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데도 말이지요. 우리 형편에 그걸 가릴 일이냐라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집 같지 않다'라는 것이였습니다. 더욱이 거기 사는 사람들이 보통 신혼부부이거나 젊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왜이리 지저분하게 사는지 ㅎㅎ 집을 내놓는다고 하면 좀 정리는 해 놓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중에 나도 서울을 떠나게 된다면 집을 내놓을때 아주 깨끗한 상태로 내놓으리라라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런 지저분한 모습들을 보니 더 싫었는지도 모릅니다.

 

3. 옥탑방 - 냉난방 주의

 옥탑방도 알아봤습니다. 가격은 저렴한 편입니다. 그런데 역시 집을 작죠. 물론 옥상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높은 곳이라 운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살기에 적합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냉난방에는 굉장히 취약한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옥탑방에 살고 계신 많은 분들 응원합니다!!

 

4. 다가구 주택 - 부서지는 대문

 가격에 쫒기다 보니 다가구까지 알아봤습니다. 다가구는 제가 석촌호수를 포기하고 풍납동까지 가서 알아본 곳입니다. 사실 풍납동도 대중교통만 잠깐 이용하면 잠실까지 꽤 가까운 거리인데 굳이 석촌호수를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라구요. 풍납동 정말 좋은 동네입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편의시설도 충분하구요. 다가구는 집들이 오래되다 보니 으스러진 곳이 많았습니다. 특히 창문과 대문이 어쩌면 하나같이 성한 것이 없던지요. 돈도 없는 놈이 참 많이 가린다라고 욕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내 맘에 꼭 드는 집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전 다가구 한 집을 선택했습니다. 전세 6천의 조그만 집입니다. 풍납동에서도 깊게 들어간 곳에 있었는데 골목이 참 이뻤습니다. 대문이 좀 맘에 안들었고 싱크대도 교체를 해야 했으며 집이 북서향인게 싫었지만(풍납동의 집들은 대부분 북서향이 특징이더라구요.) 좀 수리를 하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부동산에 하루동안 고민을 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이날 아내는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터미널로 가던 중에 아내의 눈치를 봤습니다. 괜찮다고는 하는데 뭔가 좀 마음에 걸려하는 것 같았죠. 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좀 더 알아볼까?"

아내는 "아니야 더 좋은 곳이 나타날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는 다시 말했습니다. "다른 동네로 한번 알아보자"

그제서야 아내는 마음이 좋지 않다며 자꾸 주저하게 된다고 속내를 털어놓더라구요. 그래서 아내는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하루이틀 더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전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아내 혼자 다녀야 하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재 제가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내는 근처 친구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죠.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도 우리 부부는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상황이 웃기면서 슬펐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습니다. 아내가 만난 친구는 제 대학 후배이기도 한데 전에 풍납동에서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 아내에게 한 공인중개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그 공인중개소를 찾은 아내는 오후에 고무된 표현을 사용하며 말했습니다.

"1억에 나온 집들이 있는데 집 같은 집이야. 한번 보러와~"

전 퇴근 후 다시 풍납동을 찾았습니다. 총 3개의 집을 보여줬습니다. 2개는 아내가 확인한 집이였고 1개는 제가 가는 도중에 새로 집을 내놓은 곳이였습니다. 전날 봤던 집들과 같은 동네였으나 이 날 본 집들은 너무 좋았습니다. 빌라였구요 넓고 교통 좋고 밝고... 3개의 집이 모두 한결같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장단점은 있었죠. 

 

첫번째 집은 주방과 방이 무지 넓었지만 창문이 좀 허술했고 화장실 타일 상태가 좋지 않았구요

두번째 집은 방도 넓고 화장실도 깨끗했지만 주방이 너무 좁았습니다.

세번째 집은 방과 주방이 조금 작은 편이였지만 창과 문이 너무 튼실했고 도배상태가 좋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세번째 집을 선택했습니다. 방이 좀 작긴 했으나 큰 길가와 가까웠고 따뜻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날 밤 전 계약했습니다. 첫번째, 두번째 집은 비어 있는 상태였지만 세번째 집은 연말에나 세입자가 나가기 때문에 한달여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기다릴만하다라고 여겼습니다.

 

아내의 발품이 빛을 발하였습니다. 아내의 판단과 노고에 깊은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이제 이사 준비를 하며 서울 생활을 시작합니다.

 

<*풍납 1,2동 항공사진(위쪽이 천호대교) - 출처 : 문자동맹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