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매거진

신종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문명과 과학기술

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존재입니다. 숙주를 만났을 때야 비로소 자기복제를 시작할 뿐인 살아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런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 역사상 몇 번 창궐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천연두가 있고, 5천만 명 이상 사망자를 냈던 스페인 독감도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와서 신종플루, 조류인플루엔자, 사스, 에볼라 바이러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 전염병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높은 전염성을 가지고 전 세계에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 경북 지역에서 추가 확진자가 대거 나와 지역사회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문명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 속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이동했을리는 없고 숙주를 따라 이동했을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숙주인 인간의 이동 속도와 비례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인류의 문명과 과학기술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연과 동시에 확산에 도움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종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신종 바이러스들은 아마도 인류의 시작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거 선사시대 또는 고대시대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이 전세계적으로 퍼진 경우가 있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선사시대에는 인구 밀도가 적고 인간의 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있었다 할지라도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전파·확산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숙주가 죽기 전에 다른 개체로 바이러스가 이동해야 하는데 다른 개체가 보이기 전에 숙주가 죽어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들이 여러 개체로 확산하게 된 계기는 농경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입니다.


1. 관개수로

인류가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변경되면서 농업의 발전을 이루었던 것은 농사 기구의 발명과 관개수로의 발명이었습니다. 관개수로(irrigation canal)는 논이나 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로입니다. 관개수로 덕에 인류는 풍족한 농작물은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물길을 따라 신종 바이러스나 세균을 이동시키게 됩니다. 그전에는 생물과 생물 간 접촉에 의해 바이러스가 이동하였다면 관개수로가 생긴 후 가축의 분변 또는 사람의 타액 등이 관개수로를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수렵채집 시대에 비해서는 혁신적인 바이러스의 전파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관개수로

2. 상하수도 시스템

도시가 발달하면서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상하수도가 오히려 신종 바이러스나 세균의 전파 루트로 이용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현재의 상하수도 시스템에서는 조금 더 잘 관리되고 있긴 하지만 상하수도를 통해 바이러스가 거의 모든 건물로 침입이 가능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관개수로보다 좀 더 넓은 범위의 전파가 가능해졌던 것입니다. 하나의 도시가 하나의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하수도를 통해 다니는 각종 짐승이나 벌레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상하수도가 위생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것은 사실이나 넓은 지역을 하나로 통하는 길을 만들어 전염병의 확산을 가능하게 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3. 교통수단의 발달

근현대에 들어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은 것은 통신과 교통입니다. 인간이 이제 지구 어느 곳이든 가지 못하는 곳이 없으며 지구상 어디든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같은 기술은 인간을 아주 쉽고 빠르게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종 바이러스도 인간의 기술 덕에 그렇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교통기술의 역할이 큽니다. 우한에 있던 사람들이 각자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흩어졌고 그곳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시 퍼트리는 형국이죠. 만약 옛날 고.중대 시대 같았다면 중국 우한만 역병이 돌고 말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교통의 발달로 아무리 먼 곳이라고 할지라도 신종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유유히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은 신종 바이러스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문명을 이루었지만 이 기술문명은 오히려 바이러스 전파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서 문명의 발달은 어떻게 바이러스의 전파·확산을 가속시키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문명의 이기들이 오히려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전파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아셨을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 함께 하고 있으며 인류가 기술을 이용해 점차 지구상에 퍼져나가듯이 바이러스도 인간에 기생하듯 인간들의 기술에 기생해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술과 문명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죠. 좀 더 효율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관리할 수 있는 연구가 지속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