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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베트남 하노이에 오토바이가 그토록 많은 이유

베트남 땅을 처음 밟고 느끼는 것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덥다" "오토바이 많다" 이 생각이 먼저 드실 겁니다. 제가 경험해 본 곳이 하노이, 호치민, 냐짱, 하롱베이, 닌빈 이정도인데요. 물론 경험의 한계는 있겠지만, 베트남 어디든 오토바이가 대부분 많았고 그 중에서도 하노이에서 가장 많은 오토바이가 길거리를 질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노이에서 거주할 때 처음 며칠간은 이 오토바이 소리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밤이고 낮이고 저글링처럼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오토바이들의 소음은 장관이면서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입니다. 물론 한두달 지나면 이 소리도 견딜만 하더이다. 

이 수많은 오토바이들 덕분에 하노이의 공기도 그렇게 오염되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노이든 호치민이든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수의 오토바이들을 볼 수 있는데요. 제가 거주했던 하노이에 한정해서 이 오토바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께요. 

남녀노소 누구나 오토바이를 이용합니다. 젊은 학생부터 후즐근하게 늘어진 난닝구 입은 아저씨, 할머니, 미니스커트 입은 아가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오토바이를 이용합니다. 오토바이의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몇 개의 제품들로 특정지어질 수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헬멧을 잘 쓰고 다닙니다. 이 곳에서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자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습니다. 물론 어디나 안그러겠냐만은 Vietnam 사람들은 공안을 무서워해서 몇몇 일탈자들(8개월 사는 동안에도 몇 명 보지 못했던)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헬멧을 잘 착용하고 다닙니다. 

다만, 헬멧은 우리나라의 헬멧처럼 머리 전체를 보호하는 것은 그다지 없구요. 안전모처럼 생긴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가격은 보통 5천원~1만원 정도입니다. 저도 하나 사고 싶었던 Must Have Item 이였는데 짐이 워낙 많아 사오지 못했습니다.^^ 



가끔 헬멧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아닌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주로 학생들인데요. 호치민에서는 이 전기자전거 이용자도 헬멧을 쓰게 한다는데 Hanoi에서는 전기자전거는 용인을 해주나 봐요. 사실 이 전기자전거도 도로를 달리는 것이라 헬멧을 쓰게 할 필요가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들 또는 젊은 아가씨들이 전기자전거를 주로 이용하는데 사고나면 큰일이잖아요. 그리고 거의 오토바이를 타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요. 공기오염이 좀 심한 편이라 그렇습니다. 


어느날 저는 현지 직원에게 물어보았어요. 베트남에는 왜이리도 오토바이가 많느냐라고요. 이 질문을 하는 의도에는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을법하지 않느냐라는 생각에서 물어봤는데 너무나 당연한 듯 그 직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It's very cheap"

이 짧은 답을 듣고 저는 그제서야 '아~'라는 작은 탄식과 함께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정보를 더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 나라에 오토바이가 많은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은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기도 하고 자동차 같은 것은 관세가 거의 300%에 육박해서(지금은 많이 완화되어 300%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돈 많은 사람들만 타고 다닐 수 있는 전유물이였습니다. 그래서 일반 서민들은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수 밖에 없던 것이지요. 그리고 하노이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다 하노이에서 사는 것은 아니였어요. 수도인 하노이는 일반 베트남 사람들이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나 월세가 비쌉니다. 일반 노동자 월급이 한국돈으로 15~30만원  정도인데 하노이 월세는 이보다 더 비싸거든요.(제가 살았던 Full Serviced House는 한 12평정도 되는 집으로 월 $650을 줬었어요. 하노이 중심이긴 했지만) 오토바이로 1~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달려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무조건 이동수단이 필요했고 그 이동수단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주차하기 편리한 오토바이를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토바이가 싼 것은 아니에요. 대당 240만원에서 500만원정도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사는 것은 아니고 보통 물려받는데요. 중고를 얻어오기도 합니다. 유류비는 한국보다 저렴했는데 베트남 현지 물가에 비교해보면 그리 싼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작년에 하노이에서 리터당 1000원 좀 넘는 금액이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오토바이 덕분에 한국에서는 보지못하는 풍경들이 더러 있습니다.

오토바이 세차장이 있구요.(오히려 자동차 세차장은 못본 것 같습니다. 보통 집 앞에서 세차 하더라구요)

오색찬란한 헬멧을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전자상가에서는 오토바이를 상품으로 내겁니다.

큰 건물들에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이 있습니다.

길거리에도 오토바이 주차장들이 곳곳에 있고 이를 관리하는 관리원들이 돈을 받고 주차해 줍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오토바이 행렬의 장관을 보게 되실 겁니다.


<오토바이 정비 및 세차장>


<헬멧 가게>


그리고 좀 웃기고 특이했던 것이 오토바이들의 사이드미러가 없는 것이 많더라구요. 거의 다 도난당하기 때문이랍니다. 도난당한 것도 있고 도난당할까봐 떼어놓고 다니기도 한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정말 놀라웠어요. 이렇게 도난을 당하면 새로 사지는 않고 사이드 미러 자리에 CD를 붙여 놓습니다. ㅎㅎ CD가 뭐 보일지 안보일지 모르겠는데 가끔 공안이 사이드미러 없다고 단속하기 때문에 CD라도 부착해 놓는다고 하더라구요.


하노이에 가보셔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시면 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얼마나 운전을 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오토바이들이 차를 에워싸고 가는데 정말 바퀴하나 겨우 들어가는 틈을 비집고 다니는데 접촉사고도 별로 없어요. 신호도 잘 지키지 않고 차선 이동도 제 맘대로지만 무질서 속의 질서를 보이면서 도로는 꽤 안정된 모습으로 교통이 흘러가는 것을 신기한 눈으로 보시게 될 겁니다. 








[깨알 홍보 - (책) 하노이 거닐다]


[출처 : 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