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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정부 탓, 사회 탓하지 말라는 사람들에게

인터넷 뉴스를 접하다 보면 뉴스 그 자체보다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뉴스에 대한 내 생각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하기 때문이지요. 최근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많은 호응이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정부 비판' 



예를 들어, 심각한 취업률에 대한 기사에 어떤 한 사람이 '취업을 해도 힘들다. 돈 모으기도 어렵고 저녁 있는 삶은 기대도 할 수 없다'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면 대부분의 분들은 호응을 해주지만 일부 대댓글에서는 '개인 노력의 부족'을 탓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개인이 노력을 안해서 그렇게 사는 것을 가지고 정부 탓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전 이런 댓글을 적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본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길래 저런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지 말이지요.


제가 느끼기에 지금은 어떤 직군이든지 어떤 나이대든지 어떤 성별이든 살기 힘든 시대입니다. 대기업이라고 편안하나요? 물론 중소기업에 비하면 급여조건도 좋고 근무환경도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이 꿀보직은 아닙니다. 늘상 실적과 성과에 좇기며 밥먹듯이 야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젊은사람들은 아무리 절약해도 집하나 장만하기 어렵지요. 대출이라는 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월급만으로 전세든 자가든 집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모든 게 그 개인들이 펑펑 놀기만 해서일까요?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을 우선으로 하지만 경쟁이란 말에는 순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이 1등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순서가 정해지게 되어 있어요. 1등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니가 노력을 안 해서~'라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만일 정말 모든 것이 개인의 노력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것이라면 과연 '정부의 역할'은 뭐죠? 개인이 노력하면 되는 일들뿐인데 정부는 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정부가 세금 뺏어가는 도둑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부 탓, 사회 탓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각종 법규와 규제 마련, 가치의 창출, 공권력의 행사 등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되기에는 어려운 '사회적 문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19세기에 경쟁만을 최고의 가치로 세우던 자본주의는 실패했습니다. 이후 수정자본주의가 나오면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었고 지금은 자본주의 4.0시대입니다.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기업이 경제적 활동뿐 아니라 사회적 활동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서 일개 개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취업률, 출산율, 경기, 불황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우리는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고 그런 것이지요.



전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개인의 노력 운운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개인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나 과거에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현재에 인간 존엄성도 지키지 못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은 노력의 문제도 아닙니다.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것은 IMF를 일으킨 자들입니다. 그리고 비정규직이라도 의료, 교육,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춘이 힘든 것을, 노년이 힘든 것을, 사회적 약자들이 힘든 것을, 부정한 일에 힘들어하는 것을 단순히 정부 탓, 사회 탓 하는 것으로만 취부하는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는 자들일 것입니다. 자신이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면 이 대한민국 사회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을 텐데 말이지요.



내가 노력한 바대로 이루어지는 나라를 위해, 또는 노력하지 않았다 하여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나라 탓, 사회 탓을 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며 공정하지 못한 사례들을 제대로 원래대로 돌려놓고 있는지 감시해야 합니다. 이를 못하고 있다면 질책해야 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이것은 국민의 책무입니다. 

이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있어 노력하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