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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이유

어렸을 때는 그다지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통하고 아무데서나 똥, 오줌을 싸대는 통제불능의 생명체와 함께 하는 것을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죠. 군 복무시절 분대단위로 산 속에서 근무했었는데 상부 방침에 따라 분대마다 경계견을 키웠어야 했는데 이 때도 저희 경계견에게 애정을 주지 못하고 군 후임병처럼 취급했었습니다.(이 개가 저보다 짬밥이 더 높았지만..)


반려묘, 고양이


제대한 이후 자취생활 할 때, 동물을 지극히 사랑해마지 않는 동생이 자취방에 강아지를 들였습니다. 이 때 이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실패했었습니다. 동물에 대해 여전히 무지했고 2평 좀 넘는 자취방에 동생과 나, 그리고 강아지가 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흘러 또 역시 자취방에서 새끼 고양이를 두마리 키웠습니다. 이것도 동생의 짓(?)이였지요. 이 새끼 고양이에게 '루시'와 '엘리'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고양이들의 행태에 즐거워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2~3평 남짓한 자취방에서 나와 둘째동생, 셋째동생 이렇게 인간 세마리와 에너지 넘치는(방바닥에 잘 붙어있지 않았던.. 늘 날라다녔던..) 고양이 두마리가 함께 살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물론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먹을 식량의 부족문제도 있었구요. 그렇게 두번째 애완동물 키우기에 다시 실패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도 제 동생처럼 동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인간처럼 서로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모습에 세상풍파에 지친(당시 제 나이가 27살 정도였었지만..) 내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때 이후 13~4년이 흐른 지금 저는 밥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으며 제 소유의 아파트를 두 채나 가지고 있지만 학창시절 공간적인 제약과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던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지금은 다른 이유로 망설이고 있습니다. 



▦ 감당 할 수 없는 생명의 무거움

아내도 저도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욕망(?)은 지대하여 순간적으로 '우리 고양이 키울까?', '우리 강아지 분양받을까'라는 대화를 심심치 않게 하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끔 TV를 통해 반려견을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처음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받았을 때는 세상 기뻐했을 사람들이 이젠 이쁘지 않다는 이유로, 늙었다는 이유로,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각종 자신만의 이유로 이 생명들을 매몰차게 거부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그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어떤 개인적인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이 동물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쉽사리 결정을 못합니다. 끝까지 함께하고 돌봄을 지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만 아마도 제 생활공간에 애완동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나와 함께 수년을 함께 했던 강아지 또는 고양이가 늙거나 병들을 죽는 모습을 지켜볼 용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키우던 동물이 죽는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가늠해보건데, 정들었던 동물들이 내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혹자는 이 또한 삶의 한 절편이며,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보는 것은 아직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아마도 우리가 나이가 지긋해지고 반려동물과 우리가 거의 동시에 죽어갈 즈음에 그리고 더이상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이 별로 없을 때 키우기 시작하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어떤 측면에서는 지나친 경계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이런 이유들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문재인 대통령님이 반려견 '토리'를 입양한다는 뉴스로 많은 사람들이 유행처럼 반려동물 입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자칫 생명의 무거움을 생각하지 못하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준비없이 입양한 사람들이 반려동물들에게 죽음과도 같은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반려동물 키우는 것에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앞으로도 이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애교많은 강아지, 이쁜 고양이 너무 키워보고 싶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얻는 행복과 비례하게 아픔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아픔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은 좀 더 내 마음속을 우유부단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고양이카페 같은 곳을 좀 더 이용해 보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