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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말기암 투병중인 부부의 자살로 생각해 본 '국가란 무엇인가'


말기암에 걸린 50∼60대 부부자연휴양림에서 '자신들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유서를 남기고 음독 자살해 남편은 숨지고 부인은 중태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40분께 경북 칠곡군 석적읍 자연휴양림객실에서 박모(61·대구 동구)씨와 부인 이모(55)씨가 쓰러져있는 것을 청소부인 서모씨가 발견했다.

서씨가 발견 당시 박씨 부부는 방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으며 수의를 싼
보자기와 '간단한 장례를 부탁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유서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부가 함께 암에 걸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점을 참작, 말기암 투병 중인 박씨 부부가 자살을 결심하고 독극물을 먹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오세연 기자
<출처 : http://www.kgbnews.kr/sub_read.html?uid=31359>

위의 글은 내가 인터넷에서 오늘 읽었던 기사이다.
요약하자면 부부가 모두 암에 걸렸는데 자신들의 암으로 인해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부부가 나란히 자연휴양림에서 음독자살을 한 사건이다.
이 기사를 읽는 누구나 알수 있는 '부담'.
이 부담이란 경제적 부담을 의미하는 것이 90%이상일 것임을 확신한다.

처음에는 기사를 읽고 부모의 자식사랑이 참 눈물겹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왜 자살해야만 하는가 라는 생각으로 전환되었다. 암이 무서운 병에는 틀림이 없고 치료과정도 어렵고 재발의 위험도 있고 이미 병이 깊어졌으면 생존율도 적기에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흔히 집안에 암환자 하나 있으면 집안이 풍지박살난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을까...
나도 부모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었다.
"운동열심히 하시고 건강검진 주기적으로 받으세요. 나중에 아프시면 우리 집안 다시 일어서기 힘들잖아요."
참 잔인한 말이지만 부모님도 나도 암묵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참으로 현실적인 말일 것이다.
저 암에 걸리신 두 부부를 생각해보니 흡사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 부모님처럼 저 분들도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자신들의 치료과정을 통해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것이 자신들이 아픈 것보다 더 중요했을 것이다.

왜 돈이 없는 사람은 암에 걸리면 죽어야 하는가?

"암에 걸리면 자살해야 하나요?"
"돈이 없으면 치료도 못받고 그냥 고통스럽게 죽어야 하나요?"
"가족중 누군가 암에 걸리면 집안 전체가 고통받아야 하나요?"
"암에 걸린 것이 환자의 책임인가요?"
"국가는 나를 살려줄 수는 없나요?"

우리나라 헌법에 나와 있듯이 국가는 국민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키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국가보다 돈이 없으면 질병으로 죽어야만 하는 현실이다.

국가는 과연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설사 법률적인 사례가 없다 하더라도 국가는 그 근간이 되는 국민들의 생활고에 따른 자살에 어찌 자유로울수 있단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행정의 사각지대에서 암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가 있을 것이다. 국가는 이 사람들에 대한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아니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관심도 없을 것이다. 지금 관심은 오직 4.27 재보선에 있겠지...

국민이 돈이 없어도 치료를 받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당연하다는 것은 오직 나만의 생각일지?
나는 국가가 나에게 지운 온갖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있으며 노동을 하고 있고 군복무도 마쳤고 선거때마다 꼬박꼬박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다. 그래서 지금 이 나라가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암에 걸렸다면?
난 모아놓은 재산이 없으니 빚을 내서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빚을 내기 싫다면 나도 자살을 해야 한다. 존엄사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기에..)
국가에서 도움을 받는게 있다면 공기업인 건강보험공사에서 치료비를 일부 부담할 것이라는것 정도? 그러나 그 치료비도 결국에는 내가 낸 보험료이다. 어쨌든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몇 년을 더 살아낼 것이다.
정말 국가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그럴때는 국가라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집단만 같을 것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 여러 법안을 제정하고 군대를 정비하고 다른 대다수의 국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난 국가에게 좀 더 노력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무상의료제도와 무상교육,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성장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복지국가로의 변화를 실현해야 한다.


국민은 플라톤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냥 '장미'가 아니다. -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편철학에 근간한 국가와 국민의 정의를 말하는 것임. - 우리는 다 장미처럼 보이지만 각자 모두 특별하고 중요한 '장미'들이다. 국민 개인 개인이 모두 소중하기에 국가는 이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야하며 이는 공리의 극대화를 이루는 일이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는 시스템의 정비를 통해서 이룰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명박 대통령님과 우리나라의 모든 장관님들께 묻는다.
"내가 암에 걸리면 자살해야 하나요?"
"만일 내가 암에 걸린다면 돈이 없는 나에게 국가는 무엇을 해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