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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정보

부모님과 함께한 울릉도 여행, 유람선으로 즐기기

이 글은 제 아내가 쓴 울릉도 여행 포스팅입니다.




울릉도 여행일 : 16년 10월 4일 ~ 5일(1박 2일)


*본격적 여행* 저동항과 유람선

원래 계획은

첫 날 : 헬로 울릉. 대표적인 맛 집 투어. 오징어 등 특산물 쇼핑.

둘째 날 : 독도여행 OR 렌트카로 섬 구석구석 살펴보기.

셋째 날 : 해안산책로 산책하기. 굿바이 울릉.

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 앞에 인간은 무기력합니다.

두둥. 태풍 차바 앞에서 저의 여행계획은 가볍게 날아가 버립니다.

  

묵호항 여객선터미널 대합실 분위기는 지방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 분위기와 유사하면서도 좀 더 비장합니다. 배를 타고 3시간이상을 가야 한다는 경험은 자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승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굳어있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3일 오전 7시 즈음 묵호항에서 출발하기 전 저와 부모님은 유쾌하고 낙천적이었어요.


태풍 소식이 있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고, 씨스포빌(선박회사)에 문의해보니 결항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고 일본 근해 상으로 지나갈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해상풍속이 그리 높지 않아 배도 많이 안 흔들릴 거라고 안심시켰었죠. 저의 부모님은 멀미약을 드셨지만 저는 멀미약의 부작용인 육지멀미가 무서워 멀미약도 안 먹었었더랬죠.


설렘도 잠깐.

해상에서의 배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고 바다가 보이는 창문 쪽에 앉았던 저는 꼼짝없이 심한 어지러움에 배타는 3시간 40분 내내 거의 기절합니다. 덕분에 배 안에서 사태파악은 어려웠고 사진 한 장 남기기 힘들었었어요.


겨우 도착한 도동항으로 픽업 나오신 펜션사장님 덕분에 숙소에는 무사히 도착했으나, 저는 멀미 후유증으로 정신이 없었고, 저의 부모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신 이후 멀미약 부작용으로 두통에 시달리십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저와 부모님은 말 그대로 쓰러집니다. 그러고 1시간 이상 쉬었어요. 귀한 시간은 우리 사정을 봐주지 않고 요요히 흘러갑니다.

 

어머니께서 간단히 싸오신 요깃거리로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오후에 접어들었고, 정신이 바짝 듭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버릴 수 없었으니까요.


먼저 저동으로 가서 독도행 배편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이미 이 다음날 독도행 배는 미리 예약을 했었으나 펜션 사장님께서 내일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면서 당일 오후에 독도를 관광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었죠. 저동항에 문의를 해 보라십니다.

그래서 펜션에서 저동항 까지 우리는 걸어가기로 합니다. 원래 저와 부모님은 걷는 걸 좋아합니다. 지도상으로 보니 1.8km쯤 되어 딱 산책하기 좋은 거리더라고요.


5분 정도 저동항으로 산들산들 걸어가고 있는데 차로 이동하시던 어떤 울릉도 주민께서 저희가 불쌍해 보였던지 매우 감사하게도 저동항까지 흔쾌히 태워다 주시겠다고 합니다. 이럴 땐 얼굴에 미소를 띠며 감사하다고 하면서 냉큼 타야합니다.


아버지께서 낚시에 대해 물어보니 그 분은 지금은 재미를 못 본다고 합니다. 울릉도에서는 찌만 던지면 문다는 이야기는 여행사의 듣기 좋은 낚시 글이랍니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가 잘 잡히는 10월말에서 12월에 걸쳐 오징어를 손질 할 때 그 부산물을 먹으러 모여드는 물고기를 잡아야 잘 잡힌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차를 탄지 5분도 안 되서 저동항에 도착합니다.



저동 여객터미널에서 독도 행 배에 대해 문의해보니 당일 스케줄은 오전에 끝났고 이튿날 배편이 해상 풍속이 높아 독도 배가 결항이랍니다. 다른 배편이 있어도 풍속이 높아 접도가 힘들다고 합니다.


아아..

그렇게 우리는 울릉도 가면 당연히 독도도 가야지!‘ 라는 명제를 쿨하게 포기합니다

너무 아쉬웠네요.

<저동항>


 

아버지께서 오후 시간 그냥 보내지 말고 유람선이라도 타자고 하십니다. 저동항을 거닐다 보니 울릉도를 바다에서 한 바퀴 도는 유람선 예약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도동항까지 픽업도 해준답니다.

하지만 저는 배멀미가 무서워 사실 내키지가 않았었죠. 아예 렌트를 해서 울릉도를 돌아다니며 맛집도 찾고, 여러 구도로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여행 스타일은 아니었죠. 아쉽지만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부모님의 뜻대로 예약을 하고 티켓팅을 하고 시간 맞춰 가이드를 했습니다. 사실 정말 타기 싫었어요.


하지만, 시간은 다가오고 부모님께 내색 못하고 고분고분 승선을 합니다.

유람선이 파랗다 못해 까만 바다를 가르고 출발 하니, 뱃머리 부분으로 출입할 수 있는 문으로 깨끗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창밖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코끼리바위

<코끼리바위>


울릉도는 섬이 아니라 큰 산 같이 보입니다. 해안가는 절벽에 가까운 경사가 심한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 곳을 따라 좁은 도로가 나있는데 바로 울릉일주도로입니다. 도로를 살짝 틈새에 얹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중간에 빈번한 산사태를 대비한 지붕이 씌여지기도 하고 내륙으로 사라지기도 하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험준하지만 아름다운 환경보다는 그 환경에 힘들게 적응하면서 구조물을 세우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더 기이하면서도 놀라워 감탄하게 됩니다.

그냥 다 경이롭고 아름다웠습니다.


배 타기 싫었던 저는 예상했던 것 보다 좋은 시간이었어요.

해안에 있는 유명 관광지를 보고 포토 포인트에서 사진도 찍어요.

부모님이랑 소소한 이야기도 하고 같이 감탄도 하다 보니 벌써 도동항이더라고요.

 

그렇게 울릉도 일주 유람선을 탔더니 오후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멀미 좀 했어요. 배 타는 건 정말 어렵네요.

 

울릉도 일주 유람선 : 25000/ 1인 약 2시간.

Tip.

도동항에서 출발, 사동방향으로 일주합니다. 오른쪽 창문 근처에 앉으세요.

 

장점 : 울릉도의 개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박 겉을 구석구석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내륙 관광할 때 도움이 됩니다. 코끼리 바위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오후 배를 탔을 때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삼아 날렵하게 새우깡을 낚아채는 갈매기들이 만들어낸 앙상블은 환상입니다.

 

단점 : 멀미에 약하신 분들 어지러워요. 안내방송이 잘 안 들려요. 안내방송 중간 배경음악이 시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