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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정의를 부탁해 - 권석천의 시각

요즘 주말 쉬는 날이면 아내와 함께 명동의 쌀국수 집을 찾아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전에도 제 포스팅에서 소개도 해드렸던 곳입니다. 에머이라는 곳인데요. ([관련글] 제대로된 하노이 스타일 쌀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에머이>) 저희 집에서 이 곳을 찾아가려면 족히 40분은 걸립니다. 그리고 쌀국수를 시키고 들여마시는데까지는 불과 10분이 걸리지 않죠. 이렇게 10분 먹으려고 왕복 1시간 반을 이동하는 것이 아까워 영풍문고나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르곤 합니다. 그 날도 그런 코스였습니다.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근처 영풍문고를 들러서 책 구경 하고 있는데 우연히 눈에 띈 이 책.


"정의를 부탁해"

저는 평소에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가 정의가 사라져버린 사회가 된 것을 지적하곤 했습니다. 광복이후 사회정의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문제들이 현대 대한민국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 정의를 말하는 책이라니. 당연히 손이 갈 수 밖에요.



책 앞에 손석희 사장님이 쓴 추천사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지금 처음 손에 쥔 사람들에게 그냥 서문만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서문에서 어떤 뭉클함을 함께한 독자라면 그 다음 본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내가 권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후략)"


서점에서 앉아 서문을 펼쳐들고 읽어보았습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어떻게 신문사에 들어갔고 거기서 느낀 고뇌는 무엇이며, 그리고 대한민국의 굵직한 사건. 총리실사찰, 국정원 댓글, 세월호참사등을 목격하며 생각하고 말하게된 <정의>에 대해서 술회하는데 손석희 앵커가 말한 것처럼 뭉클함을 느꼈다기 보다는 저는 정직함을 보았습니다. 이 사람의 글은 담백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적어내려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어떤 사안에 대해 어떤 논리구조를 가지고 생각했느냐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게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 권석천이 논설위원으로써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논평했는데 글의 옳고 그름을 떠나 매 챕터의 글을 읽을 때마다 참 잘쓴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저자가 본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저와 아주 유사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글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가 잘못된 거라거나 저자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것을 떠나 이 '정의를 부탁해'는 참 글을 잘 썼어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가치가 큰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감되는 내용으로 지면을 충분히 채우고 있습니다. 


저도 이 권석천 논설위원의 팬이 될 것만 같습니다. 이 분과 같은 칼럼리스트들이 주류언론에 많아진다면 대한민국은 참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