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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

다단계 판매란 무엇인가(4)


6. 그 여자의 사정 - 친구를 속여 다단계 사업으로 끌어들이다.
 내 이름은 숙희이다. 흔히 말하는 다단계 사업을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났다. 나도 고향친구에게 속아 여기에 왔고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이 사업을 시작했다. 4개월동안 내 밑으로는 1명의 삐(주석 - 'B'는 나 바로 아래 단계를 말한다.)와 그 삐가 데려온 친구 한명 총 2명이 있다. 내 바로 밑의 삐는 내 남자친구이다. 처음 이 사업을 할 때 6개월이면 성공한다고 했는데 쉽지가 않다. 물론 내 업라인(주석 - '업라인'은 내 윗 단계를 말한다)의 업라인도 내 친구이다. 그는 5개월만에 성공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가 되었다. 요즘들어 내 남자친구가 왜이리 칭얼대는지 모르겠다.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자기에게 너무 무심하다며 속을 썩인다. 또 하나의 삐를 만들어야겠다. 이사업을 시작할때 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고 싶어서 시작했다. 돈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물론 돈도 벌어서 가난을 벗어나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도 하고 좋은 차도 사고 행복하게 살고 싶기도 하지만 늘 외로움에 시달렸던 나는 이 사업으로 진정한 친구들을 만들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교육을 받는 중에 다른 사업가가 앞에서 화이팅을 외친다.

" 성공하십시요!!! 000 실버입니다.!! 전 이 사업에서 저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저희 집은 늘 가난했습니다. 저희 형은 공부도 잘했고 늘 저보다 뛰어났습니다. 저는 저도 할 수 있는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시업을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여기에서 성공해서 저희 홀어머니 해외여행을 시켜드릴 것이고 어머니의 평생 소원이신 식당을 운영하신다는 소원을 꼭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성공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박수를 쳤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아래 사람들하고 건설회사를 차리고 싶다고도 했고 어떤 사람은 사람앞에서 말을 잘하고 싶어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도 했다. 이 사업을 하려면 일단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 생각이나 말로 부정적인 것들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리고 늘 웃는다. 물론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이 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이다. 내 리스트를 살펴본다.(주석 - '리스트'는 본인이 데리고 올 사람들의 신상이 적힌 문서이다.) 내일이면 대학동기인 진우가 제대를 한다. 이 친구는 나와는 달리 참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 친구가 나랑 같이 하면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그 진우는 꿈이 참 크다. 이 사업을 통해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제대하면 전화해야겠다.

퇴근후 지금 숙소에 새로운 사람들이 있어 그들하고 얘기를 하고 고스톱도 치고 웃고 즐긴 후 조심스레 숙소를 빠져나온다. 진우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다. 제대하고 몇 번 통화해봤는데 일거리를 찾고 있나보다 진우는 예전부터 여행을 자주 다녀오는 여행매니아이다. 여행사에서 일하자고 하면 기꺼이 올 것만 같다. 살짝 걱정이 된다. 이 친구는 거짓말하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그래도... 다단계하자고 하면 과연 누가 올까.. 훗..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전화를 한다.

얘기가 잘되었다. 취직시켜달라고 말을 한다.역시 여행하는 일을 좋아한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다음주에 오게 할 수 있을거 같다. 오늘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것같다. 그런데 왠지 얘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 남자친구 있다는 얘기하면 안오겠네?

다음날 다시 전화를 한다.
숙희 : 어 진우야~~ 나랑 같은 조에 있는 누나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었거든.. 좋은 기회잖아 너 여기서 일해볼래?
진우 : 어?? 진짜??? 야 나 좀 거기 넣어줘... 야 요즘 겨울도 다가오니까 건설현장에 일이 없어~~ 얘기 좀 잘 해줘라. 나 알잖아 무거운 것도 잘들고 부지런하고 싹싹하고... 응?? 부탁이다.
숙희 : 그래 우리 실장님한테 한번 얘기해볼께.. 싸게 쓸 수 있는 놈 있다고 ㅋㅋ
진우 : 그래 꼬옥~~ 부탁한다.

되었다. 이제 손님맞을 준비를 해야겠다.(주석 - '손님' 새로 온 사람을 칭한다)
일단 이 친구가 왔을때 얘기해줄 사람을 골라 부탁을 해놓아야 한다.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나서야겠다.... 4개월이나 되었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 성공하십시요~~ 김숙희 실버입니다. 다음주에 제 대학동아리 친구인 '오진우'가 오기로 했습니다. 이 친구는 성격이 좋고 괄괄하지만 성격이 급합니다. 그래서 여기 처음오면 흥분해서 폭력을 쓸 수 있으니까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요 얘기도 잘 좀 해주시고 즐겁게 좀 해주세요 "
시간이 날때마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서 PR해두어야 한다.(주석 - 'PR' 새로 데리고 오는 사람을 다른 사업가들에게 알리는 행위이다. 그래야 누군가를 데리고 왔을때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말이라도 걸어준다) 물론 이 PR이라는게 공짜가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지 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준다. 평소에 좀 잘해놓을걸 그랬다. 진우가 왔을때 아무도 말을 안걸어줄까봐 걱정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멘트(주석 - '멘트' 처음 이곳에서 교육을 받으면 강의실에서 교육 받는 것 외에 누군가와 단둘이 대화를 하게 된다. 이런 행위를 멘트라고 한다.)해 줄 사람을 섭외해야 한다. 가장 진우와 사정이 비슷한 00씨가 화요일 멘트를 하고... 성격이 비슷한 B씨가 수요일 그리고 꿈이 비슷한 C씨가 목요일 이렇게 하면 될 것같다. 이제부터 제일 바쁘다. 그 분들을 남들보다 빨리 섭외해야 한다.

먼저 각각 그 사업가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사업장이 바닥에 앉는 공간일때)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진우의 프로필을 적어서 보여주고 부탁을 한다.
숙희 : 담주에 올 제 친구 진우입니다. 성격이 00루비님과 비슷하거든요. 화요일날 멘트를 부탁합니다.
00루비 : 아.. 그래요.. 김숙희 실버님 부탁이라면 들어들어야하죠.. 그래요 그렇게 하죠^^
숙희 : 네 감사합니다. 성공하십시요
이렇게 화, 수요일 멘트 일정을 잡았다. 제일 중요한 C에메랄드 님을 섭외해야 한다. 그런데 이분이 워낙 인기가 많으셔서 섭외가 쉽지 않을것 같다.

숙희 : C에메랄드님 저번에 말씀드렸던 진우거든요... 꿈이 C에메랄드님과 비슷해요..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좋은 얘기 좀 부탁드립니다. 목요일날 멘트 괜찮으신지요?
C : 음... 네.. 그때는 멘트가 잡혀있어요... 근데 요즘 PR을 열심히 안하시는 것 같아요.. 초심을 너무 잃어버린건 아닌가요? 요즘들어 신경질도 잘 부리시고.. 그런식으로 해서 성공할 수 있겠어요?

눈물이 왈칵올라온다. 안그래도 요즘 남자친구때문에 힘든게 주위사람들에게 안좋게 보였나보다. 일단 후퇴해야 한다. 시간이 더 가기전에 멘트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에메랄드 직급에서는 멘트가 벌써 3명째 거절당했다. 아.. 쉽지가 않다. 그러는 와중에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친구의 사업관리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멘트를 요청해와서 멘트도 해줘야 한다. 이런것은 거절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나중에 내가 필요할때도 지금처럼 거절당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금방간다. 그러나 목요일이지만 아직 진우의 목요일날 멘트자를 섭외하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우리 업라인에게 부탁했다. 꿈은 다르지만 그래도 안할수는 없으니 일단 일정만 잡아둔다. 내 삐는 자꾸 데리고 올 친구들이 딜레이(주석 - '딜레이' 사람을 데려오기로 한 날짜가 연기되는 것) 된다. 내 삐들도 힘이 빠지는게 보인다. 자꾸 저러면 안되는데....

또 숙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빨래와 설겆이를 도맡아 한다. 그래야 담주에 진우가 왔을때 숙소 사람들이 잘 챙겨준다. 이건 평소에도 잘해야 하는데 반짝하는 모습은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사람들에게 좋은말만 하는 것도 아직은 습관이 안되어 있다. 새벽마다 웃는 연습도 하는데 아직도 웃는게 어색하다.

진우가 오늘날 월요일 새벽....
새벽 2시반에 일어났다. 옥상에 올라갔다. 늦가을이라 새벽공기가 차다. 새로운 사람이 올때마다 하는 것으로 내가 그 친구를 돈으로 보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그 친구가 꼭 나와 같이 해달라고 기도하고... 그 친구가 여기서 성공하는 모습을 기원한다. 그 친구의 프로필을 꺼내든다. 수많은 사람들을 보여주느라 종이가 닳았다. 옥상에서 물을 한 접시 떠놓고 잠시 기도를 한 후에 프로필을 불로 태웠다. 꼭 그러면 잘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내려가서 냉수로 샤워를 한다. 이것도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서 많은 사업가들이 행하는 의식중 하나이다. 뭐 그런다고 실제로 잘 되겠느냐만은 그만큼 간절하다. 그리고 아직 사람들이 깨지 않았을때 밥을 한다. 출근하면서도 PR은 잊지 않는다. 제발 많이들 도와줘야 할텐데..

진우를 데리고 설명회장으로 데리고 왔다... 아직 그는 정신이 없는 것 같다. 진우를 앞에 앉혀놓고 뒤에서 지켜본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제발... 심하게는 하지 말아야하는데..
........

진우가 칼을 꺼내들었다. 물론 저걸로 해를 끼치겠냐만은 많은 사업가들이 겁을 먹었다. 그래서 사업가들중에 인상이 험한 분들에게 커피 사드리며 부탁을 드렸건만 그 분들도 적잖히 놀란듯 하다. 난 눈물이 났다. 이럴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사업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건 나와 진우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내 업라인이 나를 불러 말한다.

업라인(다이아몬드) : 김숙희 실버님... 힘내세요.. 저런 분일수록 사업은 훨씬 잘한답니다. 소개자가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그래야 밑에 사람들이 믿고 따라오죠.. 잘하고 계세요..

하루 이틀이 지났다. 진우도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있으나 오랫동안 앉아있어서 그런지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아픈것 때문에 설명을 잘 못들을까봐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의 시작하기 전에 강의자에게 손님을 데리고온 소개자들이 찰싹 붙어서 자기 친구들에 대한 얘기를 해댄다. 나도 그 틈에 껴서 말한다.

숙희 : 00루비님.. 저기 앞에서 첫번째줄 좌에서 5번째 남자 제 친구 진우거든요? 대학동아리 친구예요.. 아이쿠..

뒤에서 다른 사람이 미는 바람에 여기까지밖에 얘기를 못했다.

다행히 그 분은 진우에게 말을 걸어준다. 거기까지 보고 강의실을 나와 사업장에 들어갔다. 다음 멘트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10분후에 내가 할 멘트일정도 있다. 그리고 내 아래 삐의 사업관리도 해줘야한다. 사업장에 들어가니 남자친구가 졸고 있다. 에휴... 살짝 뒤에가서 어깨를 주물러 준다. 에이구... 니 밑에 사람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냐? 같이 졸고들 있네...

진우는 금요일날 나와 같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자기는 6개월만에 성공하겠다고 했다. 성공해서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약속했다.
"꼭 그렇게 하게 해줄게"
                                          - 끝 -



다단계 회사에서 헬프에서 사업결정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을 여과없이 그리고 정확하게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좋은 것만 썼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나쁜것과 좋은것은 없다. 다만 모든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것.. 이 사업을 욕하는 사람이나 피해를 본 사람이나 아직도 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만둔 사람이나 마음은 다 똑같다.
그 윗단계에서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 그 아래 사업가들이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여러분을 데리고 간 친구는 당신에게 사기를 치려는 마음은 단 한명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것으로 당신이 피해를 봤다고 해도 피해를 주기위한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서로 잘되고자 시작했을것이므로...

친구에게 속임을 당해 그곳에 다녀왔던 사람들은 그 친구를 욕한다. 피라미드하면서 친구들 등쳐먹는다고..
그럼 당신을 데리고간 친구의 말은 들어본적이 있는가? 만일 그 친구가 당신을 욕한다면 그 친구하고 절교를 해도 좋다.
혹여 자신하고 생각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당신의 친구이거나 가족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단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신의 친구가 당신을 데려오기전에는 많은 노력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정말 그들을 미워한다면 그들은 정말 피라미드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