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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단지, 화분을 키우고 싶었다.

 2008년 1월 서울로 발령이 났다.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서울근무였기에 난 너무 기대가 되었다. 건설현장근무라 1년에도 몇번씩 지방여러곳을 옮겨다녀야 하는 저주받은 업무환경중에서도 이 서울근무는 공사기간이 2년정도 되다보니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생활이 되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2008년 2월 회사에서 지방에 거주지가 있는 자를 위하여 현장근처에 숙소로 사용하는 아파트를 얻어주었다. 이 35평짜리 아파트는 방이 3개이고 화장실이 2개 주방과 거실이 있는 훌륭한 곳이였다. 이 곳에 직원이 4명이 쓰기로 했고 각각 1인당 방 하나씩을 쓸수 있었다. 그 동안은 숙소에 들어오는 직원들이 많아서 개인방을 써본적이 없었기에 혼자 방을 쓴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이삿짐을 풀어놓고서는 방을 꾸미기 시작했다. 방에 포인트벽지를 사서 붙이고 책상도 하나 들이고 책꽂이도 사고 오디오등등.. 진짜 내방처럼 꾸미고 싶었다. 마트에서 장을 봐 15~16만원의 돈을 들여 방을 꾸몄다. 여기에 인테리어 소품중 하나로써 화분을 키우고 싶었다. 마치 차가운 회색도시에서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일을 하며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노동에 시달리지만 집에 들어와서는 내 화분에는 따뜻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나보다. 아침에 일찍일어나(우리는 출근시간이 아침 7시이다. 그럼으로 6시에는 기상을 해야한다) 출근하기전 차한잔을 마시면서 내 화분에 또로롱 물을 따라주는 그런 모습을 그렸다. 

마트에 다행히 꽃집이 있어 그곳에서 2가지 종을 골랐다. 예전에 우연히 보게 되어 한번쯤 키워보고 싶었던 '테이블야자'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짙은 향기를 내뿜는 '로즈마리'... 화분도 이쁜것으로 하나 사서 집에 돌아와 책장위에 올려두었다. 뭔가 있어보였다. 이제 나는 차가운 서울생활 한 곳에서 화분을 키우는 따뜻한 도시남자이다. 이 두가지 풀(?)은 물을 많이 줘야 하는 것이라고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퇴근후 늘 한 컵씩 물을 주었다. 화분에 물이 넘칠듯 할 때까지.....

그러나, 한 일주일쯤 지나자 로즈마리가 이상하다 조금씩 말라가지 않는가... 이상하다... 물이 모자라나? 싶어서 아침 저녁으로 한컵씩 주기 시작했다. 점점 빨리 말라갔다. 혹여 방안에만 있어서 햇볕을 보지 못해 그러나 싶어 출근때 베란다에 화분을 내놓고 저녁이면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전체가 말라버렸다.

뭘 잘못한지도 모른채 다시 도전을 했다. 죽어버린 로즈마리를 들고 인근 꽃집으로 가서 다른 로즈마리로 바꾸었다. 바꾸는 김에 '장미허브'도 하나 구입했다. 역시 이것도 쉽게 죽지 않고 향도 좋다고 그랬다.

그러나 며칠안가서 로즈마리와 장미허브가 말라갔다. 혹시 물을 많이 줘서 그런가 싶어 물도 안줘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빠른시간에 로즈마리와 장미허브가 말라버렸다. 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테이블야자만이 굳세게 자라고 이다.(거의 물을 안주는데도 죽질 않는다. 이것또한 미스테리이다)

다만, 나는 화분을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내 방에 들어오는 허브들이 금세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
아직 그 사체들을 몇달이 지나도 치우지 못하고 있다. 혹여 따스한 봄이 오면 다시 새순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죽은지 3달만에 죽은풀 가운데서 살아나시길 바라며 부활을 기적을 바라며....
<말라버린 로즈마리>

<말라버린 장미허브>

<아직까지 꿋꿋하게 살아있는 테이블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