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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삼청동 안동교회 - 그 참을수 없는 100년의 무거움

11월 8일 우연히 알게된 전시회 소식에 삼청동을 찾았다.
날씨도 좋았고 보고싶던 전시회라 기분도 들떴다.

<삼청동 길 가던중 바라본 경복궁>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보고싶어하던 전시회는 임시 휴장을 하고 있었다. 미술계가 뭔가 불만이 있었던듯 비단 그 전시장 뿐만 아니라 여러 전시장들이 주말에 문을 닫는 항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쉬운 맘을 달래고 다시 한번 삼청동 길을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발걸음을 떼었다. 평소 못가본 골목들을 천천히 답사하기로 했고 그렇게 둘러보던 중에 영동교회가 이곳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가보기로 했다.

<삼청동의 가을의 모습은 이미 그 깊이가 깊어졌다>




사실 종교에는 별관심도 없고 교회건축에도 서양건축사를 배울때 근대건축이전의 교회건축양식말고는 거의 문외안에 가깝고 흥미도 못느꼈었다. 여기를 찾은 이유는 100년 역사를 가진 교회라길래 뭐 혹시 근대 이전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 하나뿐이였다. 실제로 안동교회를 본 소감은,
"글쎄요~"

내가 아는 한 안동교회의 초기 모습은 이게 아니였을 것이다. 이 교회는 알아본 바에 의하면 1980년대 신축된 건물이다. 1912년에 준공한 초기 건축물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대해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드릴께요)
이런말 하긴 미안하지만 조악한 건물이였다.
외관을 조적마감을 하고 콘크리트 구조물에 도장 마감을 한 이 건축물이 100년 역사의 교회라는 것에 살짝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저 위 종탑 십자가 아래의 녹슨철판은 코르텐강은 아닐 것이며 주 출입구의 알미늄 커튼월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넘어서 추악하기까지 했다.

예배중이라 건물 내부까지 못들어가봐서 내부의 형태를 가늠하지 못해 형태를 추정할 수 밖에는 없었지만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한 이용한 듯 한 평면배치나 형태가 분명했다. 하긴 비싼 서울땅에서 그것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종교건축에 대한 나만의 이상향일 것이다.

최근 거대화되는 교회건축에 대한 무한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내가 막상 이런 건물을 접하게 되니 안쓰러운 감이 없지 않다는 것에 스스로 주의를 두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혀를 내둘렀던 것은 교회주변을 빙빙 돌다가 우측 주차장에서 좌측면을 바라보았을때였다.



저 창문을 보자 첨 든 생각이
'로마네스크 양식인가??'

로마네스크 양식 흉내를 낸 창문을 본 순간 헛웃음만이 나왔다.

뭐 나도 그렇게 예술이나 건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건 아니올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 샤시창틀은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이 교회가 훌륭한 미적가치를 가지지 않았다는게 절대 흉이 될 수는 없다. 그냥 내 생각이 100년이란 숫자에 선입견에 사로잡혀 혼자 무식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라도 좀 하시지....
아.. 그럼 고딕 양식이 되는건가? (나의 이런 발언들이 내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것만 같다)

삼청동 안동교회는 100년의 역사가 무겁다. 특히 나에게는 무겁게 다가온다. 그 안에서 어떠한 영적인 언어와 생각들이 찬양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나처럼 무식한 자가 그 역사의 무게에 사로잡혀 이방인의 신분으로 눈을 흘길 수 밖에 없는게 참을 수 없다.

그냥 안동교회 앞에 있는 윤보선 생가가 훨씬 값지게 다가온다.

어찌되었든 삼청동의 가을은 꽤 깊었다.







<윤보선 생가. 사람들이 참 많이 들른다. 초인종을 눌러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응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