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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정보

[맛집] '1박2일엔 안나왔어도..' 섬진강 한우

아~~~주 오랜만에 1박2일 일정으로 놀러가기로 했다. 직업특성상 주6일 근무는 고사하고 어떨때는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을 하는 나에게 1박2일의 여행은 아주 큰 결심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나의 와이프님도 그렇고 오랜만에 외박이 하고 싶은지라 ... 목표는 .... 별로 안 정했다... 다만, 금요일에 퇴근하고 금요일 밤에 전남 구례로 달려가 1박을 하고 1박을 하면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는 큰 틀만 정해놓고 움직였다.

1박을 한 곳은 '쌍산재'라는 곳이다.

예전 1박2일 예능 프로그램 팀이 들렀던 곳으로 고택이면서 숙박업을 주로 하는 곳인데 비수기라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오랜만의 한옥체험이라 기분이 들떴다.

쌍산재의 주인장님은 부드러운 말투에 차분한 몸짓을 가지신 좋은 분이였다. 아주 아주 고요한 .... 아.. 가끔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빼고

구례에 늦은 밤 도착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쌍산재를 둘러보았다. 처마에 매달아놓은 감이라든지 대나무 숲.. 그 옆의 저수지까지 자연의 정취와 전통있는 가옥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쌍산재 입구. 주인장님이 보이네요> 

 

 

 

 

 

 

우리는 다음 오전 행선지를 화엄사로 정하고 다음 오후에는 하동 삼성궁을 가보기로 했다. 화엄사를 향해 가던 중 인근에 화개장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화엄사를 구경하고 난 뒤 화개장터에서 점심이나 먹기로 했다. 사실 화개장터에 가보면 그닥 먹을 거리는 많지 않았다. 관광지다운 먹을 것만 잔득 보고나니 속이 니글거리기까지 한다. 화개장터를  몇 바퀴 배회하다 그 곳을 벗어나 다리를 하나 건너보니 앞에 큰 고깃집이 보이는게 아닌가?

유명한 집인 듯 하였다. 1박2일 팀이 다녀갔다고 방송사진들을 캡쳐하여 걸어놓는 등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었다. 가게 앞에서 보니 육회비빔밥을 파는것 같아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였다.

"육회비빔밥 되죠?"

이렇게 물으니

"아뇨 이제 안합니다."

"네?? 헉.."

사실 낮부터 고기를 구워먹을 심산을 없었던 터라 당황했다. 와이프랑 그냥 나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서 바로 옆집에도 고깃집이 있는 것을 보았다. 주인이 문 앞에서 웃으며 반겨주셨다. 역시나 우리는 물었다.

"육회비빔밥 됩니까?"

사장님 왈,

"네 됩니다."

오예!

가게 안으로 들어가보니 여기도 관광객들이 고기를 이리저리 구워먹고 있으셨다.

우리는 소심하게 육회비빔밥 하나와 소고기 국밥 하나를 주문했다.

 

<왼쪽 '섬진강 한우'가 우리가 밥을 먹은 곳, 우측 '화개장터 정육점'은 처음에 들어가서 나온 곳>

 

음식을 기다리면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고기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 보였다.

옆 테이블의 고기도 힐끗 살펴보니 품질도 좋아보였다. 와이프랑 상의했다.

"우리 고기 좀 사갈까?"

"좋지~"

와이프는 평소 고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터라 흔쾌히 수락했다.

음식이 나오면서 고기를 주문해 두었다. '특 한우모음 500g'을 주문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우리는 암소만 써요."

평소 암소와 숫소를 맛으로 구분해본 적이 없는 나는 마냥 좋았다. 

 

 

여튼 기다리던 나의 한우소고기 국밥이 나왔다. 평소 국밥류를 좋아한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국물을 한수저 떠 입속으로 넣었다. 이런 이게 왠걸.... 이런 국물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나의 혀를 의심하고 나의 뇌를 비판하게 되었다. 내 평생 그 수많은 맛집에서 먹어본 그 어떤 소고기 국밥 중 최고라고 감히..아니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이건 육수의 승리이다. 육수님을 뵌 적은 없으나 분명 육수의 승리.. 나아가 그 육수를 있게 하신 그 어느 '소' 님의 고기들이 만들어낸 걸작이였다. 꼬들꼬들한 고기 식감에 환상적인 국물의 맛. 내가 한 입 한 입 먹으면서 입에 칭찬을 달게 된 그 소고기 국밥이 여기 있는 섬진강 한우에 있는 것이다. 

 

 

 

와이프가 먹은 육회비빔밥의 맛은 또 어떤가. 쫄깃한 육회의 맛은 감히 일어나 이런 살을 내어주신 '소'님에게 경배라도 해야 마땅한 맛이였다. 우리는 순식간에 음식들을 비우고 배를 통통 두들기다 주문한 고기의 맛은 또 어떠할까 궁금해 다음 일정을 취소했다. 어차피 비도 오고 있었으니... 사장님께 주문한 고기를 포장해달라고 하니 가장 좋은 부위와 주문한 것 이상의 좋은 고기를 찾아 챙겨주신다. 사장님 인심 참 넉넉하다.

 

 

 

저 등심의 환상적인 마블링을 보라.

집에와서 한점  구어먹어보니.... 말이 필요없더라... 우리 부부는 눈물을 뚬벙뚬벙 흘리면서 왜 이걸 더 사오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과 함께 소고기를 뱃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비록 1박2일에 출연하지는 못한 곳이지만(바로 옆집이지만) 고기의 맛과 사장님의 인심으로 인해 이미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맛집이 되었다. 아마도 자주 찾게 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