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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꿩 발자국

새로 신축공사하는 부지에 살고 있던 꿩 식구들이 있었다. 까투리는 십여마리의 새끼들을 이끌고 수풀을 다녔고 아빠 장끼는 가끔 들르는 것 같았다. 새끼들이 다 자랄때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기를 바랬는데 다행히도 한 2~3개월은 착공이 지연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공사가 착수되자 수풀을 야금야금 사라졌고 아주 조금 남은 수풀에 꿩식구들이 살고 있었다. 그마저도 곧 굴삭기로 파헤쳐지자 꿩식구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도 가끔 공사가 끝난 저녁시간이 되면 많이 자란 새끼들과 까투리는 현장에 들러 먹이를 구하고는 했다. 자기들도 자기들 터를 아는지..

이젠 꿩이 자리잡을 곳이 없다. 최근 발견된 사항으로는 옆의 공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아쉽기는 해도 이젠 새끼들도 날 수 있고 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도 함께 했다. 오늘 비가 오는 와중에 현장에서 꿩의 선명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찍힌지 얼마 안되보이는 것이다.

'아직도 들르는 구나'

라며 미소를 짓는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도 생물들이 자기들 터를 잃어버리는 것을 볼 때면 미안해진다. 그래도 내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위안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