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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난 살아가리라.

2010. 09. 19일 비온 뒤 흐림


피곤한 몸을 단속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현장으로 향하려는데

까치 한마리가 벽돌더미에 앉는다.

 

까치가 날아가고 난 뒤 현장을 향해 걸어가는중 뒤에서 새의 비명

소리가 날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1m 뒤에 새 한마리가 바닥에

앉아 날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다쳤는가?

 

라고 생각하며 새를 보는데 다시 한번 날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입안에 피가 한가득이다.

한번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땅에 처박고 거친숨을 몰아쉰다.

호흡이 힘든 모양이다. 빠른 속도로 숨을 들이키면서 다시 한번

날 보고 소리를 지른다.

 

아마 이미 폐가 망가졌으리라

쭈구려 앉아 새가 거친숨을 들이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찌 도와줄 방도가 없었다. 인공호흡을 할 수도 없었고

수술을 해줄 수도 없었다.

 

그러더니 이내 한번 몸을 두어번 구르고 날개짓을 하고서

파르르 떨리는 몸과 살며시 감기는 눈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거친 호흡은 없었다.

 

그 새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 나의 눈이였고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은 늘 나에게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한다. 조용히 새를 들어올려 현장 뒷편에 널찍한 땅으로 향했다.

 

흙을 파서 새를 묻었다.

그 자리는 몇년안에 도로가 날 자리이다. 최대한 도로에 걸리지

않는 곳으로 묻었으나 앞으로도 그 자리가 파헤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단한 이런 바램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작은새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었다는 생각과 함께 나의 주변사람

들에게 인지되고 있는 나의 의미와 그들의 희노애락에 대한

책임감이 슬며시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난 살아가리라.

나의 생명을 위함이 아닌 나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질척이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리라.



새의 무덤에 새를 숭배했던 우리 민족 조상님들을 어설프게 흉내내어 소도를 만들어보았으나

솜씨가 좋지 못하다.

무덤 맨 위에 고운 모래를 뿌려놓았다.

큰 비 한번이면 형체도 남아있지 않겠지만 새가 좋아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