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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차명진의원의 '하루살이 황제의 삶'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최저생계비 체험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시끄럽다.
아니 내가 좀 시끄러워진다. 그 글을 읽자마자 욕이 튀어 나왔으니깐.

이 사건(?)은 1인가구 최저 생계비인 한끼당 2,100원으로 하루를 지내는 것으로 참여연대에서 마련한 '최저 생계비로 한달 나기 릴레이 체험’후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 '황제의 삶'이라고 칭하며 최저 생계비로도 황제처럼 지냈으며 그 이유로 물가정보에 밝고 건강이 좋다는 것을 들었다.

그 글의 전문을 올려본다.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최저생계비로 하루나기 체험에 다녀왔습니다. 식사비 6,300원을 받고 쪽방에서 1박2일을 살아보는 겁니다. 저보다 앞서서 몇 분이 다녀갔지만 한나라당 의원은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선배 경험자의 가계부를 조사했습니다.

한 컵에 800원 하는 쌀 두 컵에 1,600원, 김치 한 보시기 2,000원, 참치 캔 한 개 2,000원, 생수 한 병에 500원, 이렇게 해서 모두 6,100원이 들었답니다. 받은 돈 전부를 착실히 먹거리에 썼군요. 쌀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걸 샀고 부식은 근처 구멍가게에서 샀답니다.

전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제가 굶어죽을까 염려한 집사람이 인터넷에서 조사한 자료를 참조했습니다. 쌀은 800원어치 한 컵만 샀습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세일하는 쌀국수 1봉지 970원, 미트볼 한 봉지 970원, 참치캔 1개 970원에 샀습니다. 전부 합해 3,710원. 이정도면 세끼 식사용으로 충분합니다. 점심과 저녁은 밥에다 미트볼과 참치캔을 얹어서 먹었고 아침식사는 쌀국수로 가뿐하게 때웠지요. 아참! 황도 970원짜리 한 캔을 사서 밤에 책 읽으면서 음미했습니다. 물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수돗물을 한 양재기 받아서 끓여 놓았지요.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지요.

나머지 돈으로 뭐 했냐구요? 반납하지 않고 정말 의미있게 썼습니다.

먹거리로 쓴 돈 4,680원을 빼니까 1,620원이 남더군요.

그중에서 1,000원은 사회에 기부했습니다. 체험 내용 중에 쪽방촌 사람들 도우는 일이 있는데 제가 만난 사람은 1급 시각장애자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1평짜리 골방에 박혀 매일 술로 지새웠습니다. 그 분을 부축하고 동사무소에 도움을 신청하러 가는데 인사불성에 속이 불편한 지 계속 꺼억댔습니다. 약방에 가서 제 돈 1,000원을 내고 속 푸는 약을 사드렸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걸레를 물에 빨아 방 청소를 해드렸는데 이불을 들자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혼비백산 달아나더군요. 바퀴벌레 알도 쓸어내고 청소를 마친 다음에 젖은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 드렸습니다. 기분 좋은 지 살짝 웃더군요.

하루밤을 잘 자고 난 다음날 아침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돌아오면서 조간신문 1부를 600원에 샀습니다. 문화생활을 한 셈이죠. 마지막으로 남은 돈은 20원이었습니다.

나는 왜 단돈 6,300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밥 먹으라고 준 돈으로 사회기부도 하고 문화생활까지 즐겼을까? 물가에 대한 좋은 정보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저생계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이 저처럼 될 수 있을까요? 단 하루 체험으로 섣부른 결론 내리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다만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고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출처 : 쿠키뉴스 (http://news.nate.com/view/20100727n01078)

차명진의원의 저 발언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간된 자로써 어찌 저런 언사로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분노를 심어줄 수 있단 말인가.

화려한 밥상을 차리고 기부까지 하고 문화생활까지 했다는 저 위대하신(?) 황제의 머리속을 한번 헤집어보고 싶은 충동은 비단 나만이 가진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결국에는 국가재정의 한계를 이유로 그리고 자신의 단 하루 이벤트를 통해 최저생계비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밥만 먹고 사는가? 집은? 생활용품은? 옷은? 신문을 제외한 다른 문화생활은?

최저 생계비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단지 동물처럼 먹는 것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차명진 의원처럼 기부도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도 가져야 하고 신문뿐 아니라 TV, 영화, 책 등을 통해 문화생활을 영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무료공연 및 강좌등을 해야 하며, 최소한 똥 닦을 휴지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얘기한 것을 가지고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는 자들(할 수 없는 자들)을 위해 저렇게 많이 지원해 줘야 하냐고 반문 할 수 있는데,
난 결단코 '그래야 한다'라고 말 할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할 수 없는 자들)을 위해서도 국가는 그들을 보호해주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사회적 강자들이 보다 많은 기부 및 세금납부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즉, 복지사회로의 진입을 난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재정이 부족하면 충원하면 된다. 사회적 합의를 얻어 가진자들에게 더 많이 걷어 배분해야 한다. 혹여 그러면 사람들이 일 안하고 탱자탱자 놀것이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란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게 되면 더 높은 이상을 위해 노력하는 법이다. 지금 수많은 빈곤층들은 더이상 삶에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아실현이라는 이상적 삶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먹고 자고 입는 것에 대해 걱정이 사라지고 교육이 활성화되면 한 개인은 자동으로 더 높은 차원의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법이다.


차명진 의원을 위시한 모든 위정자들은 그런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아니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모른척 하고 있다.
자신들의 욕망과 과욕으로 말미암아 저런 '하루살이 황제' 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