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좋아하세요?
저는 어려서부터 닭갈비를 좋아했어요. 돈 없던 학생때 그나마 저렴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워낙 닭고기를 좋아합니다. 거기에다 매콤, 달큰한 양념이 버무려져 볶아지는 닭갈비 그리고 마지막에 먹는 볶음밥은 어렸을 때부터 최애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닭갈비를 먹을 일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늘 삼겹살에 소주, 가끔 소고기, 회 이런걸 즐겼죠. 어느날 닭갈비를 먹고 싶어 찾아봤지만 어느 가게가 맛있는 곳인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닭갈비를 먹으러 춘천을 간 적도 있었지만 기대가 높았던 탓인지 실망만 하게 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서울에서 인생 닭갈비를 만났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송리단길에 있는 '토닭토닭'에서였습니다. 토닭토탉은 워낙 명성이 자자하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근처에 살았었기 때문에 이미 이름은 들어 봤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번도 들러볼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요? 사실 전 통닭집이라고 생각했었나봐요.
아내와 함께 근처에 일이 있어서 잠실에 들렀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서 우연하게 방문했던 '토닭토닭(TODAK TODAK)' 가게 앞에 도착해서야 닭갈비 전문점인 줄 알았습니다.
매장은 작지만 깔끔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젊은 분위기의 가게여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닭갈비 메뉴는 4가지였습니다.
- 기운내 토닭토닭
- 치즈하고 웃어봐
- 화끈하게 안아줄게
- 꾸미 이뤄질거야
기운내 토닭토닭이 가장 기본적인 닭갈비입니다.(가격은 12,000원/인) 치즈하고 웃어봐는 닭갈비에 치즈(모짜렐라, 체다치즈)가 올려진 것이구요. 가장 인기가 높은 메뉴라고 합니다.(가격은 14,000원/인) 화끈하게 안아줄게는 매콤한 닭갈비입니다. 매콤한 닭갈비를 치즈퐁듀에 찍어먹는 방식입니다.(가격은 14,000원/인) 꾸미 이뤄질거야는 닭갈비+쭈꾸미+콩나물 콜라보레이션의 닭갈비로 최근 이런 조합의 닭갈비가 더러 보이는 것 같아요(가격은 中35,000원 大48,000원 입니다.)
저는 치즈하고 웃어봐를 주문했습니다. 닭갈비하면 치즈닭갈비죠.(사실 매운거 잘 못먹어서요) 1인분에 14,000원이면 정말 저렴한거 같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나니 두가지의 사이드가 나오는데 하나는 김치냉국이고 또 하나는 토마토 렌틸콩 샐러드였습니다.
김치냉국은 별거 없어 보이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달지도 짜지도 않는 것이 닭갈비랑 함께 먹기에 조합이 너무 좋았습니다. 간이 딱 맞았습니다. 닭갈비의 매콤함을 잡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토마토 렌틸콩 샐러드는 흔히 닭갈비집에서 보던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비주얼만으로도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었습니다. 닭갈비가 나오기 전에 이 샐러드를 입 안에 넣고 아내와 저는 서로 마주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으음~!'하는 소리를 동시에 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고급 음식점의 애피타이저를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샐러드를 음미하는 사이 반찬이 나왔습니다. 반찬은 두 개 나옵니다. 백김치와 피클. 둘 다 닭갈비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죠.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내 저희 테이블로 이미 볶아져 나온 닭갈비 판이 나옵니다. 주방에서 미리 볶아서 나왔습니다. 보자마자 양이 푸짐해서 놀랬습니다. 사실 주문할 때 다른 사리 하나도 안시켰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볶음밥이나 해 먹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닭갈비 양을 보니 볶음밥을 못먹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주먹밥이 나왔는데 기본으로 사람수대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주먹밥에 닭갈비를 올려 먹는 맛이 또 있더라구요. 이렇게 토닭토닭 닭갈비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어요. 그동안 경험했던 다른 닭갈비 전문점과는 달랐습니다.
게다가 닭갈비 맛은 정말 흠잡을데가 없었습니다. 치즈를 돌돌말아 닭갈비를 함께 입안에 넣고 씹는 순간 또다시 아내와 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음!~ 너무 맛있는데?'라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최근에 먹었던 어떤 닭갈비보다 맛있었던거 같습니다.
절반정도 먹어갈 무렵 저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기 내 인생 닭갈비 되겠는데?"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메뉴는 먹어보지 않았지만 최소한 '치즈하고 웃어봐' 이 메뉴는 사장님께 상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볶음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이미 닭갈비만으로도 저희 부부의 배는 꽉 찼습니다. 저희가 먹는 양이 좀 적긴 해도 보통은 볶음밥까지는 맛을 보는 편인데 이건 그러지 못했어요. 춘천에 가지 않고서도 서울에서 이런 닭갈비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닭갈비 먹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잠실 '토닭토닭'을 자신있게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