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내가 말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저희는 서울에서 살고 있어서 바다를 보러간다고 하면 보통 가장 가까운 곳인 인천바다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그 말을 듣고 좀 새로운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죠.
"속초갈까?"
아내는 흔쾌히 수긍했습니다. 속초를 가본지가 거의 8년이상 된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 1년 반쯤 강릉을 다녀오면서 동해바다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가로막은 여러가지 이유중 가장 많은 이유였던 시간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 만 같았습니다. 단 하루만에 속초를 다녀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니였기 때문이죠. 그래도 가야만 했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교통체증도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리고 교통체증에서 조금 벗어나기 위해 저희 부부는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속초에 도착해서 바다를 구경하고 점심즈음에 다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일요일 새벽 4시에 시계 알람은 울리고 있었고 저와 아내는 침대에서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순간, 왜 내가 이 새벽에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까 하며 잠시 후회를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꿈틀대다간 길이 막힐 것만 같은 생각에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씻고 나섰습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도로는 한산했습니다.
속초로 향하는 길에서 해가 점점 떠오르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짤방으로 유명한 <인제 신남>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가장 좋았던 것은 미시령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울산바위였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 본 것이었는데요. 정말 장관이더군요. 우리나라 풍경같지가 않았어요.
<울산바위>
저녁 6시반이 되자 드디어 목적지인 속초 영금정에 도착했습니다. 주차를 하자마자 영금정 입구에서 어묵국물을 팔고 있는 것을 지나칠 수 없어 냉큼 어묵을 하나 집어들고 종이컵에 국물을 따라 마셨습니다. 서울에 비해 쌀쌀한 아침 날씨가 그 어묵국물로 인해 조금 풀렸습니다.
본격적으로 영금정에 올랐습니다. 영금정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힐때마다 신비한 음이 들리는데 그 음이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특별히 멋진 정은 아니지만 동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입니다.
<영금정>
아침 6시반의 영금정은 너무나 고요합니다. 오롯이 아침햇살만이 바다와 바위에 부서지고 있을 뿐입니다. 햇살에 눈이 부셔 바다를 잘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이었지요. 영금정에서 아침을 맞이하고는 본격적으로 바다를 보기 위해 속초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영금정에서 차로 10여분을 달려가자 주차장이 나오고 그 뒤로 바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직은 아침이기에 해변에서 캠핑을 하던 여러 가족들은 아침을 막 먹었거나 먹는 중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침도 거르고(맛있는 것을 찾아먹기위해)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뛰놀고 있었습니다. 아침이라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햇빛은 강렬해졌습니다.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양산을 뒤집어 쓰고 앉아서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사온 커피 하나를 홀짝거리고 마실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바다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내 오전일 뿐이지만 햇살은 강해져서 계속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바다는 충분히 봤고 근처 청초호로 향했습니다. 속초에서 유명한 호수이지요. 속초해변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청초호가 뭐 딱히 좋은 것은 없었지만 조용히 걷기에 좋은 것 같아요. 조용히 걷다가 이런 배가 고파졌네요. 속초에서 뭘 먹을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역시 우리 입맛에는 순대국밥이더라구요. 아바이순대 국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아바이 순대>
역시 속초여행은 먹거리여행이라고 했던가요.
아바이 순대가 참 맛있었습니다. 더욱 맛있는 먹거리를 보기 위해 속초 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지역 시장을 돌아보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죠.
사실 많이 먹고 싶었는데 배는 하나 뿐이고 그 배를 아바이순대를 위해 희생하다보니 중앙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는 뭘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눈도장만 이리저리 찍을 뿐이었죠. 이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분들이 어떤 하나의 상자를 들고다니는 것을 아주 잘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건 닭강정이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먹지는 못하지만 놓칠 수는 없었죠. 한박스 하나 구입해서 차로 이동했습니다.
<속초중앙시장>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대포항에 들러서 수산시장과 먹거리 시장을 들렀습니다. 새우튀김으로 입가심을 하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서울로 돌아올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계획보다 늦게 귀가하는 것이었으나 큰 일 있겠나 싶었는데 어휴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요.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데 4시간도 넘게 걸린 것 같네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속초구경을 하고 올 수 있었으니 절대 후회는 없었습니다.
<대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