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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흔한 베트남 작업자의 손재주

베트남에서 저는 건설현장 관리자로 근무했습니다. 하노이에서 꽤 큰 규모의 건축물 시공을 관리했었죠. 건물의 규모가 크다보니 작업자의 수도 상당히 많습니다. 베트남 작업자들의 인건비가 저렴하긴 하나 한국사람만큼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인원수를 늘리거나 재시공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사람들 고용해서 쓰는 것만큼 돈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솜씨가 없는건 아니에요. 손기술이 좋습니다.(소매치기 기술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글 : 베트남 여행시 주의사항 6가지')

 손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만큼이나 잘하는 사람들 많아요. 건설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것 뿐이지요. 


<현장에서 아침조회 중인 근로자들>


이 베트남 사람들이 손기술 좋다는 것은 말로만 들어왔지 어느정도인지는 잘 몰랐는데 그걸 확연히 알게 된 일이 있었어요. 

한 작업자가 선물이라고 하나 주었는데요.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것입니다.



놀라웠습니다. 저건 케이블타이에 락카로 빨간색을 칠한다음 꼬아서 만든 것입니다. 어떻게 이걸 만들었는지 보면서도 모르겠더라구요. 너무 잘만들었어요.


<이런 케이블타이로 저런걸 만들어내다니..>


솜씨도 솜씨이지만 상상력이 대단한 것 같았어요.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케이블타이 공예입니다. 자세히 한번 살펴볼까요?


<위>

<아래>

<위>

<아래>

<앞>


우리 직원들 이거 돌려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비단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어느날 현장을 돌고 있는 중에 계단실에서 아래와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보통 건축현장의 계단실 벽체에는 각종 낙서와 치수를 계산하기 위한 숫자들로 가득한데 이런 아름다운 그림을 누가 그려놓았더라구요. 한참을 이 그림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건설현장에 예술가가 한명 다녀간 것 같아요.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 낙서를 할 리는 없으니 분명 베트남 작업자 중 한명인데 이런 실력을 가진 건설근로자는 한국에서도 못봤습니다.(제가 경험한 것에 한정하면) 


곧 이 그림은 지워졌지만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저는 베트남 사람들의 손재주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