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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하노이 여행 중 잃어버릴 뻔한 휴대폰을 다시 찾은 이야기

하노이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전 와이프와 같이 베트남 땀꼭(Tam Coc)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하노이에서 땀꼭까지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했던 것도 있지만 땀꼭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롱베이보다 낫다고 얘기해줘서 쉬는 날 하루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었습니다. 가격도 참 저렴했습니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는 베트남 로컬 여행사를 통해서 알아보니 일인당 30달러 정도 밖에 안되더라구요. 둘이 가봐야 6만원에 식사 제공되는 여행이라니 얼마나 신나던지요.

 땀꼭

<땀꼭의 풍경>

여행을 가기 며칠 전부터 굉장히 기대를 했습니다. 이 여행은 나의 최고의 날을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여행 당일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날씨도 좋았습니다. 역시 제가 놀러가면 날씨가 굉장히 좋아집니다. 저는 럭키가이거든요. 여행사에서 오전 8시에 만나자고 해서 7시반쯤 집 근처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최고의 날임을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는 굉장히 안전운전을 하더라구요. 평소면 한 15분정도면 가는 거리인데 아주 느릿느릿 운전하고 양보할 거 다 하고 갔습니다. 다른 택시기사들과는 조금 달랐죠. 좀 늦지 않을까 했지만 그래도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시간 안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7시 57분쯤 여행사 앞에서 택시가 멈췄습니다. 전 기분이 좋아서 택시기사에게 팁도 챙겨 주었습니다.

베트남 택시 


택시를 내려 여행사에 들어갔는데 문제가 하나 발생했습니다.

제가 핸드폰을 택시에 놓고 온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가방을 뒤져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택시타고 오는 동안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의 기억이 또렷했기 때문이죠. 아내가 제 얼굴을 보고 왜 그래? 라고 물어보길래, 저는


"나 핸드폰 택시에 놓고 온 거 같아"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순간, 아내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고 즉시, 제 핸드폰에 전화를 걸기 시작합니다. 베트남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을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핸드폰은 꽤 좋은 수입원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아내가 제 번호로 전화를 하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새로 사야 하는 핸드폰의 가격이 떠오름과 동시에 잃어버린 핸드폰 안에 있는 귀중한 데이터와 수많은 전화번호들이 생각났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그것들을 잃어버림으로써 발생하는 후폭풍도 떠올랐습니다.


그러는 도중에 아내가 건 제 전화를 누가 받는 것 같았습니다. 전화기에서는 베트남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요. 그러는 동안 우리가 타고 떠나야 할 승합차는 도착해서 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즉시, 여행사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평정심을 찾고자 시도했습니다. 핸드폰이 다시 돌아오는 상상을 했고 택시 기사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사의 인사와 사례금을 주는 상상을 했습니다.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저의 최고의 날이기 때문이죠. 몇 차례 통화를 했으나 대화가 되지 않았고 여행사 소속 베트남 직원이 전화를 대신 받아보기도 했지만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였습니다. 저는 여행사 직원에게 5분만 기다려 달라고 재차 부탁을 하고 도로를 바라보며 지갑에서 500,000 VND 지폐를 꺼냈습니다. 50만동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화폐 단위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2 5천원 정도 됩니다. 혹시 택시기사든 돌아가신 호치민 아저씨든, 한국에 계신 산신령님이든 누구든 제 핸드폰을 돌려준다면 이 돈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노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제 마음은 조급해졌고 저는 땀이 쏟아질 정도로 당황하고 있는 상태였죠. 그러면서도 제 핸드폰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속으로 되뇌이고 되뇌였습니다.

 

5분쯤 기다렸을까요. 기적처럼 저를 태웠던 택시랑 똑같이 생긴 차가 나타났습니다. 그 차는 다가오면서 앞을 향해 라이트를 깜박거립니다. 즉시, 달려갔죠. 제가 탔던 택시가 맞습니다. 그 기사는 환히 웃으며 한 손에는 제 핸드폰을 손에 들고 흔들면서 운전해 오고 있었습니다.


~ 이렇게 기쁜 순간이 또 있을까요?

그 택시기사는 제 핸드폰을 온전히 저에게 다시 돌려 주었습니다. 저는 신깜언~신깜언~ 이렇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 기사에게 50만동을 주었습니다. 베트남 사람에게는 꽤 큰 돈이죠. 택시기사는 다시 웃으며 저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떠났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아내와 저는 여행사 승합차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여행사 직원은 그런 저를 보고 역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말했습니다.


"You're very lucky~"

 

그 말을 듣고 저도 다시 말합니다.

 

"I know~ I'm very lucky~"


여행 아침 이런 일을 겪어서인지 몰라도 그 날 땀꼭 여행은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휴대폰 보관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좀 더 조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귀한 교훈을 얻은 이벤트일 수도 있겠습니다.

 

<땀꼭 여행 포스팅>

베트남 땀꼭(Tam Coc)의 풍경

 

 

<나를 럭키가이라 불러준 당일 여행사 가이드>

차에 탄 아내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해~”

 

그래서 저와 아내는 지금까지 참 착하게 살고 있어요. 다 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으면서요.

 

휴대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