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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전라도에서 반(反) 문재인 정서가 생긴 이유

저희 가족은 명절에 만나면 정치적인 이유로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는 편은 아닙니다. 정치적인 색깔이 거의 비슷해서입니다. 저희 아버지나 제 동생들이나 제 아내나 보수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인데요. 특히, 새누리당을 지지할 일은 거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전라도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을 미리 밝히고 싶네요.


명절 때 만나도 정치적인 얘기는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뉴스보면서 같이 욕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번 명절에는 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녁을 먹던 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말씀하십니다. 

"이번 대선에는 뽑을 사람이 없다" 라구요.


저와 동생은 동시에 "왜요~ 문재인 있잖아요"라고 외쳐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민주당 지지자입니다. 민주당 내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였거나 출마가 예상되어지는 분들 중에서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만한 대권주자는 문재인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아버지의 말씀이 의아했습니다. 

동생과 저, 그리고 제 아내는 문재인 지지자입니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지지했던 사람이었고 문재인까지 자연스럽게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우리가족은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으로 의견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아버지가 하신 저 말씀의 의도를 잘 모르겠더라구요. 저희의 말에 아버지는 이야기를 이어나가십니다.


"문재인 나쁜 놈이여!"


이 말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왜요?"


우리는 터지듯이 소리쳤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에 저와 제 아내, 제 동생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설명하시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조선Pub>


문재인이 민정수석하던 시절, 어느날 전라도 군산(지역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에 왔다가 같은 자리에 참석했던 누군가가 전라도의 도움으로 민정수석이 되셨다고 말했더니 이에 문재인이 정색을 하면서 '전라도가 도와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직접 들은 당직자가 저희 아버지에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대통령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대통령 당선 후, 광주에 가셨을 때 광주가 자신의 당선에 무슨 도움을 줬냐며 푸대접을 했다는 것인데 굉장히 악의적인 페이크 뉴스(Fake news)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경선 당시, 광주가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되기 힘들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걸 모르고 광주의 도움이 없었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믿으라는 것인가요? 그리고 문재인이 전라도에서 전라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청와대 입성은 전라도가 도와준 것이 없다라고 말했을 것이라구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입니다.



동생과 저는 그 얘기는 누가 거짓말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아는 당직자가 직접 들은 얘기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저희한테 뭘 모른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에 들었을 때는 카카오톡에 돌아다니는 단순한 루머라고만 생각했는데 저희 아버지가 저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이어서 하는 생각이 아닙니다. 합리적 의심을 해보면 저 소문은 믿을만한게 못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게는 진실처럼 퍼져 있다는 것이지요. 그냥 무시할만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굉장히 그럴듯해보이는 저 소문이 왜 믿을 게 못되냐면, 일단 문재인의 품성도 있겠지만, 정말 문재인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품성이 없는 분이라면, 단순히 이미지 메이킹을 잘하시는 분이었을 뿐이라면, 그래서 정말 못된분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저렇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멍청한 정치인이라야 전라도에서 전라도를 외면하는 발언을 할 수 있을까요? 만일 경상도에 가서 경상도의 표를 구걸할 목적으로 '전라도의 도움보다는 경상도의 도움이 컸습니다.' 라는 말을 했다면 그럴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의심은 해보겠네요.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은 문재인이 자폭을 하는 발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문재인이 전라도를 푸대접하는 말을 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정말 문재인이나 노무현이 전라도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었을 것인데 이와 관련된 기사나 검증절차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동영은 노인들은 투표하지 마시라 라고 했다가 정계를 떠날 뻔 했고, 김기춘이 수십년전에 초원복집에서 '우리가 남이가~'라고 했다가 지금까지 지역감정의 아이콘으로 되새김질되어지고 있는데 만일 문재인이 그런 말을 했다면 매일같이 조선TV나 채널A에서 매일매일 물어뜯고 있을 것인데 오로지 저 이야기는 전라도 사람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아버지에게 그 얘기를 해줬다는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짜 그런 이야기를 직접 들으셨다면 당에 보고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여 문재인이 후보자격이 없다고 해야 합니다. 왜 아는 몇몇 분들에게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요. 우리는 왜 이런 얘기는 카톡으로만 돌아다니고 몇몇 사람들에게만 회자되고 있는지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런 가짜뉴스(페이크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리고 유독 전라도 사람들에게만 전파되고 있구요. 그래서 전라도에서 제 아버지 또래의 어른들은 문재인을 새누리당보다 싫어하게 된 것입니다. 문재인측은 이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라도에서 참패한 것도 관계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