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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해외자유여행시 답답했던 언어의 장벽(부제 : 영어 공부해야겠다)

나는 왜 영어를 공부하자고 다짐했나.

저는 이상하리만큼 영어를 못합니다. 초등학교 특활(특수활동)시간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하면 수 십년간 영어를 공부하고 접하고 있으나 영어에 대한 저주가 걸린 것인지 참 영어를 못해요.(하긴 한국말도 잘 구사하지 못하네요) 영어와 나는 원래 맞지 않는 물과 기름 같은 것이다라고 인정하고 나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이것도 신통치 못합니다. 그래서 언어와 나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은 내리고 살고 있었죠. 하지만 회사에서 글로벌 정책의 일환으로 영어성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아직도 전 영어를 붙잡고 있습니다.

최근 학생들 사이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늘고 있다고 하죠? 전 영포자(영어포기자)였습니다. 언젠간 한국어를 세계공용어로 만들어 나와 같은 자들이 영어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게 하겠노라 다짐하며(?) 영어를 포기했죠. 물론 아직 한국어가 세계공용어가 되지 못했기에 저는 여전히 영어책을 살포시 붙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영어를 배워야겠다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건 해외여행을 다닐 때 너무나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였습니다.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저는 해외여행을 주로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자유여행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일단 가이드나 한국 관광객 일행들을 따라다닐 정도의 체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시간의 한정을 두고 관광지를 구경하고 이동합시다~ 라는 소리와 함께 휴식없이 강행군을 하는 여행을 하다보면 금새 지치거나 여행의 흥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각국의 여행자들과 생길지 모르는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싶었다는 순진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자유여행을 떠나보니, 역시나 언어의 장벽이 너무나 높았습니다. 여행을 즐길 수가 없었어요. 물론 아내랑 같이 다녀서 심심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있어서는 제가 꿈꾸던 그런 여행의 모습을 만들 수 없었지요.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땀꼭(Tam Coc)에 놀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한국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여행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로컬 여행사를 통해 30달러 주고 간 여행입니다. 네 팀의 여행객과 함께했습니다. 저와 아내, 호주 커플, 인도 모녀, 중국인 일행 4명이였습니다.

여행이 시작되자 베트남 가이드는 아주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여행객들에게 승합차에서 땀꼭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습니다. 이 가이드 한 30분은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다보니 영어가 수준급입니다. 근데 그 말을 전 알아들을 수 없었지요. 집중력이 5분도 가지 못했어요. 가이드가 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죠. 다른 관광객들이 웃으면 저도 따라 웃고 하하~ 고개만 까닥거리는 상태로 Black out~. 마침내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자 아내와 나는 멍한 표정으로 식음땀을 훔쳐내고 있었습니다.

땀꼭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유창한 영어로 설명하는 가이드의 모습

캄보디아 씨엠립에 갔을 때도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깜퐁플럭 여행을 가기 위해 역시 로컬 여행사를 찾았습니다. 이번엔 3팀의 여행객이 있었죠. 저와 아내, 캐나다 부자, 독일 여자 1명 이렇게 봉고차 하나를 타고 여행을 갔습니다. 역시 캄보디아인 가이드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더군요. 역시 뭔 말인지 다 이해를 못한 채로 차에 실려 옮겨 다녔고 중간 쉬는 시간에 다른 관광객들과 대화없이 멀뚱멀뚱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졌죠. 다행히 캐나다 공무원인 한 중년이 ‘소녀시대’ 팬이라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준 덕에 아주 조금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글) 캄보디아 여행 중 관광객들과 소녀시대로 하나되다

깜퐁플럭에서 우리와 함께했던 사람들

중국 광저우에 갔을 때는 거기서 만난 중국 아가씨가 영어를 전혀 못해 휴대폰으로 번역기를 돌려 대화를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번역기로 돌린 텍스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저도 휴대폰으로 영어를 써줘야 하는데 단어 스펠링도 생각이 안나고 막 그래서.. 답답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런 일련의 경험들로 인해 저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회사에서 인사고과를 위해서도 아니고 시험을 위해서도 아니고 순전히 놀러갔을 때 만난 사람들과 최소한 서먹해지지는 말자. 그리고 좀 더 좋은 추억들을 위해서라는 이유입니다.

물론 업무상 필요하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 베트남 직원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말도 안되는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쇼를 해가며 일을 했네요. 하긴, 업무에서는 제가 영어가 안되면 영어 잘하는 직원을 데려와 통역시키면서 일할 수도 있는건데. 여행에서는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접촉한 타인을 위해 영어를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만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