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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땅콩리턴' 조현아가 존재한다.

조현아의 "땅콩리턴" 사태로 인해 수일간 여론이 들썩거립니다. 점심때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TV를 보면 매일 조현아가 나옵니다. 오늘 점심때는 다른 테이블에서 하는 소리가 제 귀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도 우리 본부장님보다는 나은데? ㅋㅋ"
의외로 그 테이블에서 키득키득 얘기 나누던 사람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제 생각에 비단, 대한항공의 조현아만 그런 태도를 보이겠느냐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다른 그룹의 로열패밀리도 그러할 것이고 로열패밀리가 아닌데도 부장, 임원, 본부장, 대표이사 이런 사람들에게 "조현아스러움"이 과연 없을까요?

 


아닙니다. 직장인들은 얼마나 많은 폭언과 폭행과 추행에 시달립니까. 뉴스에 심심치않게 나오는 것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소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이 '자리'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태도는 조현아급을 넘어서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작은 회사든 큰 회사든 그 중에 직원들에게 쌍욕을 하고 인격모독을 서스럼없이 하는 상사들 있지 않나요? 아직도 조인트를 까는 상사도 있습니다. 얼마전 성희롱에 시달리다 자살한 한 계약직 여직원에게 가해진 성적 폭력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 이슈메이커>


대기업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대기업마다 기업문화는 상당히 다르지만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군대식 문화를 아직도 가지고 있고 상명하복을 넘어서서 욕설과 인격모독이 서스럼없이 이루어집니다. 기업만 그러나요? 서울시 공무원인 박수석은 부하직원들에게 욕설, 폭언, 성희롱 발언, 부모 비하 발언 등 수시로 막말을 던졌다고 해서 또 여론이 들끓지 않았나요? 군대에서는 구타로 사병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또 어떨까요. 오징어로 때리거나 맥주병으로 때리고 캐디의 가슴을 찌르거나 합니다. 청소년들의 문화라고 다를까요? 학교에서는 어른들을 따라하듯 굉장히 폭력문화가 팽배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왜 이를 바로잡지 못할까요? 여러분들은 왜 매일같이 그런 욕설과 폭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시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남들도 다 그러니까 그냥 담배한대 피면서 아니면 술 한잔 삼키며 참고 계신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혹시 이런 우리의 모습이 일제시대의 폭력과 6.25를 거쳐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어 생겨난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폭력에 맷집이 강해진 것일 수도 있고 나 또한 생존을 위해 그런 폭력의 가해자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지요.

 


항상 누군가 싸워서 이겨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정상궤도를 벗어나 폭력적인 형태로 변화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폭력을 우리는 참아냅니다. 그리고 죄의식없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왜 그러시나요?

 

많은 분들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라고 답을 할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그 이유로 참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꼭 그렇게 해서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인지요. 그 변명이 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정당화시켜주는 것 같지는 않는지요.

 

폭력을 행사하는 것만큼 나쁜 것이 폭력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배우지 않으셨는지요. 그런데 우리는 배웠던 것을 까맣게 잊고 폭력에 굴복하고 방조하고 나아가 따라 행동하고 있습니다. 역시 먹고 사는 것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대항해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패배의식이죠.

 

우리는 많은 뉴스를 통해 쌍용차 노조가 어떻게 해산되었고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감시하는 삼성을 통해 보았습니다. 촛불집회하는 시민들을 공권력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았고 성상납을 폭로하고 자살한 장자연을 통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은 개인이 기업과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사회라는 것을요."

 

<쌍용차 노조를 진압하는 경찰, 이미지 출처 : http://newscheck.tistory.com/166>

 

그리고 기업이나 힘있는 자들이 죄를 짓고 그 댓가를 받지 않는 것도 보았습니다. 정부도 검찰도 우리 개인의 편은 아니라는 것을 많이도 보았죠. 그러니 승산없는 싸움에 덤벼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개인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그런 폭력의 주체와 싸우라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못하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알려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폭로의 통로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쓰는 블로그가 될 수도 있구요. 인터넷 카페가 될 수도 있구요. 증거가 있다면 기사화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더이상은 당연한 듯 속으로 삼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사회를 되물림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이며 우리가 앞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는 방법이고 사람보다 기업이 권력있는 자가 우선인 봉건사회 같은 세상을 계몽시키는 일입니다.

 

여러분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형태의 폭력!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