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대화/자취의 추억

자취의 추억16 - 막내동생의 뒷꿈치

저희는 그 우애를 따지자면 유비,관우,장비의 싸다구를 3박 4일을 휘갈길수 있는 형제들입니다. 

그 중 막내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저희는 3형제입니다) 

이녀석 어렸을적부터 무지하게 안씻습니다. 

사실 씻는지 안씻는지는 씻는것을 본적이 없으니 뭐라고 말할 수 는 없지만 

어느날 막내동생을 아끼는 둘째녀석이 막내를 보면서 외칩니다.

 

"히익!!! 이 드런놈 좀 씻어라... 목에 때 좀 봐라 이 놈아"

 

그러자 티비를 보던 막내... 

평소에 둘째와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절대 질 수 없는 관계로 태어난 것인지는 몰라도 말 한마디를 안집니다. 

자신의 목에 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둘째의 모욕에 당해서는 안된다는 처절한 몸부림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단발마의 비명을 지릅니다.

 

" 때 아니여!!!!"

 

둘째는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그럼 목에 이 시커먼거는 뭐여?"

 

막내 독기오른 눈을 흘기며,

 

"탄거여!!!!!!"

 

나와 둘째는 5초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탄 거라니... 이 겨울에 뭐가 타.... 그것도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는 목덜미가 타냐? 무슨 우주광선에 쬐인거냐?) 

어처구니 없는 말에 웃음만 풋!하고 내뿜었지만 그 녀석에 진지한 얼굴에 우주광선에 쪼인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는 어린마음에 진짜 그럴 수도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몇일 뒤, 

나와 둘째가 티비를 보던중... 막내가  놀다 들어와 양말을 벗어서 돌아다니는 순간, 

그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뒷꿈치에 시커먼 그것... 그것도 양쪽 뒷꿈치 모두다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해 동시에 소리 질렀습니다.

 

"발 좀 씻어 이것아!!!!"

 

그러자 막내 의아한듯 자신의 뒷꿈치를 그제서야 본 것 같았습니다. 

잠시 막내 얼굴에 어둔 먹구름같은 당황스럼이 스치고 지나가더니 금새 방긋 웃으며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것도 탄거여...."

 

그러자 둘째가 분노의 외침과 함께 막내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붙잡고 뒷꿈치를 손가락으로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뒷꿈치에서 탈출하는 실같은 물체들이 허공에 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탄거냐 이 드런 놈아"

 

"탄거 맞어 이거 타서 껍데기 벗겨지는 거란 말여"

 

그 후로 몇년간 전 인간이 햇볕에 탈 수 있는 곳은 다 보았습니다. 

목덜미, 뒷꿈치, 귀, 배꼽, 팔꿈치....

  

ㅋㅋㅋ 막내야...

해병대 다녀와서 사람된 줄 알았는데 그냥 해병만 되었다...


< 고구마를 먹는 기분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