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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신안군 여교사 집단성폭행 사건이 보여준 공동체의 그늘

신안군에서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습니다. 이미 며칠째 뉴스에서 이 건으로 보도를 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정작 신안군 주민들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지만 말이죠. 이 범죄는 매우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신안군 주민들의 태도를 보며 우리는 더욱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은 제 귀를 의심케 할 정도였죠. 아무리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자녀일 수도 있는 학생들의 스승을 이런 식으로 짓밟은 사건을 그럴 수도 있지란 말로 덮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발상이 무서울 지경이였습니다.


신안군


신안군은 예전에 염전노예 사건으로 언급되었던 곳입니다. 요즘 시대에 그런 일이 발생되는 것도 의아했지만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그 공동체의 태도였습니다. 모두가 한 통속이였죠. 이웃부터 경찰까지 그 공동체에 속해 있는 그 누구라도 염전노예에 대해 공범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시골인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지역 또는 지방에 대해서는 인간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시골하면 생각나는 것이 넉넉함, 친근함, 여유, 후한 인심, 할머니 등등의 키워드입니다. 그래서 시골은 따스함을 지닌 곳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아니, 그렇게 인식되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시골 또는 지역사회는 따스함을 지닌 곳일까요? 웹툰 '이끼' 또는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픽션일 뿐일까요? 이번 신안군의 사건을 보며 우리는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사실일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해야 함은 옳습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우리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외지인들에게는 어떤일이 발생될까요?



저 또한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입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작은 시(市)에서 살았습니다. 시골분들은 참 순박하십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께 늘 들었던 소리는 사람들에게 욕먹을 일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였죠. 어찌보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으나 주변사람들에게 욕을 먹기 시작하면 거의 그 지역에서 살기 힘들어지는 몇몇 사례를 보면서 상당히 냉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릴때는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욕을 먹는 사람의 욕을 먹는 이유에 대한 사실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분의 욕을 주변에서 듣습니다. 그런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그 욕을 먹는 분은 이사를 가거나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니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공동체가 서로를 위할 때는 굉장한 의지가 되는 것이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무서운 무기가 되는 것이었지요. 별 것도 아닌 일로 한 사람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몰차게 공격합니다. 이는 외지인 경우에는 더욱 심해집니다. 흔히 텃세라고 하죠. 시골의 텃세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입니다.


귀농하신 분들이 농촌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상당수는 원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덕한 농촌인심을 생각하고 왔지만 돈에 대한 갈등부터 텃세, 이유없는 배척등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원주민들과 똑같이 되거나 배척되거나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공동체의 폐쇄적인 성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 시골의 이런 폐쇄성이 언제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폐쇄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비단 시골에만 이런 폐쇄성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동체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공고히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될 공산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북중앙신문 기사>


그 극단에 있는 것이 바로 이번 신안군 여교사 집단윤간 사건일 것입니다.

도를 넘은 잔인한 범죄였으며,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 가해자들과 그들을 옹호하거나 관광객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상상해왔던 시골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것이였습니다. 우리의 공동체는 왜 이런 왜곡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의 공동체는 이런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일까요?

자신있게 말하건데, 신안군과 같은 공동체의 모습을 가진 곳은 대한민국 땅에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악마가 되어 끔찍한 범죄를 또 저지를 것입니다. 


신안군 성폭행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의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뒤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에 속해있는 우리 모두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늘 직시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