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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바다

사람들의 원성이 가득했던 '토종씨앗 축제'

저희 부모님은 15년째 주말농장을 일구고 계십니다. 원래 우리 집은 전주인데, 아버지의 본가인 순창에 자리를 잡으시고 주말마다 전주와 순창을 다니시면서 농장을 정성껏 가꾸셨죠. 그러시면서 부모님께서 꾸준히 시청하게 된 TV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KBS 6시 내고향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6000회를 맞이하면서 기념행사를 한다며 토종씨앗 축제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죠. 이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제게 부탁을 하나 하십니다. 토종씨앗 축제에서 하는 토종씨앗 나눔에 참여하여 토종씨앗을 받아오라고 말이죠.

그날 마침 시간이 되기에 흔쾌히 다녀온다고 했고, 미리 검색해서 행사장소와 일정을 알아봤습니다.



토종씨앗축제



축제 당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축제시작은 오후 1시였고, 씨앗 나눔은 3시였습니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좀 일찌감치 서둘렀지요.

그런데 축제장소인 ‘KBS 앞에 11시 즈음 도착하니 벌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당최 무슨 줄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서고 봤습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둘레둘레 눈치를 보며 귀동냥으로 듣자 하니 제가 선 줄은 바로 씨앗 나눔을 위한 줄이었습니다. 아직 12시도 안되었는데 오후 3시에 시작한다는 씨앗 나눔을 위한 줄이 끝도 보이지 않게 서있는 것이었죠.

 

<행사장 가운데를 둘러싼 긴 줄>


7시부터 오셔서 줄을 서신 분들도 있고, 그렇게 줄이 길어지자 축제를 주최하는 본부 측에서는 계속 줄이 늘어나면 행사를 진행하기가 힘들어지겠다고 생각했는지, 3시에 선착순 1000명을 한정해서 나눠주는 토종씨앗을 우선 300명 먼저 리스트를 작성하고, 나머지 700명은 3시 정각에 선착순으로 나눠주겠다는 공지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300명안에 들으려고 신경전이 시작되고 급기야는 실랑이 하시는 분들도 나타나게 됩니다. 300명 리스트를 작성한 본부에서는 줄을 해산하려고 하나, 계속 기다리던 사람들과 그리고 자꾸만 늘어나는 줄을 컨트롤하지 못하더군요


토종씨앗축제

< 행사 주최측에서 공지하는 내용에 집중하는 사람들>


계속 줄은 길어지고, 원성도 늘어나고, 여기저기서 큰소리가 나고, 모여 있는 사람들은 화가 잔뜩 나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2시간 넘게 지켜봤습니다. 대부분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고, 수많은 어르신들이 2-3시간을 넘게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보고, 내가 포기하면 어르신 한분이 더 씨앗을 받으시겠구나 싶어 그냥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떴습니다.




< 계속 이어지는 긴 줄의 대부분은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분들이십니다. >

 

주최 측은 아마 이런 그림을 생각한 건 아니었을 겁니다. 축제장소를 떠나기 전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줄 서있는 공간 뒤쪽으로 가보니 토종종자와 농법에 관련한 다양한 것들은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에서 체험도 하고 구경도 하면서 축제를 즐기기 바랐겠지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전시하는 것에 대해선 거의 관심도 없고, ‘토종씨앗 나눔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 여러 종류의 토종 종자 모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농기계전시

<신형 농기계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 축제“KBS 6시 내고향 6000회 특집에 걸맞은 행사를 주최하려는 주제 선정으로는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홍보는 요란하게 했으나 그에 맞지 않은 미숙한 행사진행은 매우 매우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하고 노련한 진행으로 참여하는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 돌아오는 길 국회의사당역 복도에서 만난 광고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