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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로드 - 불친절한 상상이야기 (코맥 맥카시 著)


작년에 지하철을 타고다니면서 보았던 책광고중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게 이 '로드(The Road)'라는 책이였다.
광고문구에는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이 책이 영화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궁금증은 더해갔다.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성서에 비유되며 수많은 수상기록을 가질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난 후 한참 후에야 이 책을 보게 되었지만 그 전에 맥카시가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았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참 감명깊게 읽었던 차라 맥카시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더 해졌고 얼마전 이 로드를 구입해 읽었다.
<코맥 맥카시>

 
'나에게 성서에 비견되는 이야기를 들려줘~'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또한 잔잔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느낄수 있었음이라 다만 이 맥카시라는 저자는 꽤나 독자들에게 불친절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종말이 온 듯한 세상에서 한 남자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 절망감이 묻어나고 생존이라는 두 글자를 상상하게하지만 정말 불친절하게도 모든 설명을 생략한다. 왜 그런 세상이 도래하게 되었는지 왜 그들은 바다를 향해 가는지 그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모든 서술을 생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상상하게끔 하고 있다. 이 책의 번역자의 말처럼 맥카시가 어느날 문득 세상의 종말이 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고 나서 썼다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상상력을 요구하는 그의 서술방법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아니 불편한게 아니라 어떨때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느끼고 본 세상과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나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고 그 누군가에게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름답게도 보이거나 최악의 공포를 불러올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마찬가지였다. 작가는 모든 설명을 배제한다. 이야기의 주제는 살인마를 잡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늙어가는 보안관의 시선을 마음을 우리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결론도 내어주지 않는 이 불친절함. 어쩌면 맥카시는 책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로드는 이런 작가의 불친절함에 의해 독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모습의 절망을 보여주고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식에 대한 애뜻함을 전달한다.

그러나 성서에 비견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아직은....
이 책이 영화화되는 것에도 얼마나 깊은 절망을 보여주는지에 성패가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