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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베트남으로 파견근무를 떠나던 그 날의 이야기

그동안 내 블로그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 근 1년 동안 - '하노이, 거닐다' 카테고리가 생기게 된 이야기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왜 어떻게 나는 잘지내던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떠났을까? 뭐 사실 이유야 간단하죠. 회사에서 내가 가기를 원하니까!! ㅎㅎ

 

단지 그것 뿐이지만 그 시작은 제 마음속에 늘 되새김질되듯 기억이 납니다. 제가 선택한 결정에서 매우 잘한 것 5가지 중 하나였으니까요. 제가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 이유를 가감없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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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소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소피스트 팀장, 본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너를 베트남 하노이 3개월정도 파견보내겠다는데 어쩌지?”

 

이 얘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다음 근무지는 대전이 될까 세종시가 될까 고민하고 있었고 혹시라도 서울이라도 발령받게 되면 집을 어떻게 구하지? 그래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서울로 이사갈 계획을 세워보던 중이였다.

 

그런데 하노이라니? 하노이가 저기 세종시하고 논산 사이 어디쯤 군단위 마을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소장님의 물음에 답을 내리지 못하고 눈만 끔벅끔벅 뜨고 있었다. 세번째 눈을 끔벅 뜨게 되었을 때 현실감각이 돌아왔고 베트남이라는 단어가 내 대뇌피질을 미친듯이 돌아다니며 관련자료를 0.2초만에 찾아내었다.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베트남에 대한 정보는 쌀국수이다.(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한국에서 베트남식 쌀국수 판매점은 나와 아내가 즐겨찾는 곳이였다. 그 다음은 베트콩이였다. 플래툰과 같은 베트남 전쟁 영화들이 나에게 남겨준 기억들은 열대우림속에 꼬깔 모양의 모자를 쓴 베트콩들이 주인공을 총으로 쏴 죽이는 모습들이 다수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는 나머지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전무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럴수가 베트콩의 나라 베트남을 나보고 가라고? 회사의 명을 받들어 그동안 뭐빠지게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놨더니 끝나자마자 들리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는 그동안의 우리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출처 : http://cafe.daum.net/rokmc-235/95Cb/34?q=%BA%A3%C6%AE%B0%F8&re=1>

 

즉시 거절을 하려했으나 서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생활비가 적게 들겠군이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고 요 며칠간 서울에서 생활하게 되었을 경우 우리 부부에게 닥칠 경제적 한파로 인한 비루한 삶을 조금은 지체시켜줄 시간이 되겠다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서울을 가게 되리라는 생각의 근거는 없었다. 평소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몹쓸 생각 습관 덕분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이리도 간사한 것이 한번 어떤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되게 되면 그 이후 모든 일들이 핑크빛 전망이 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나처럼 현실감각 떨어지고 보고 싶은 것과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은 이미 머릿속에 베트남을 그려내고 있다. 야자나무 많은 열대우림의 모습의 아주 가난한 마을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서로서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 미친놈의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고 싶다고 가는 것도 아니다. 결정에 있어 가장 큰 관문이 있다.

 

바로 아내

 

아내에게 베트남으로 가야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척 궁금하다가도 어떤 반응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맘 편히 그 날 퇴근 후 아내에게 얘기했다. 베트남 파견 다녀와야 한다고 애기하지마자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당시 아내와 나는 결혼한지 막 2년이 된 반신반노 부부였다. 그런데 직업적 특성상 어디 한 군데 정착하고 살기 힘들기에 대전에서 일이 끝나고나서 부터는 무조건 같이 살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베트남이라니?

 

 

 

같이 한 집에서 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시작부터 수포로 돌아간다고 아내가 걱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상외로 반응은 쿨하다.

어디든 함께 산다!!

 

아내의 이 의지와 함께 베트남에 3개월간 파견가는 것은 결정되었다. 혹시나 내가 갈등하는 그 하루동안에 다른 사람이 이 기회를 채갈까봐 아침 일찍 우리 대빵님께 베트남 다녀오겠노라 결의에 찬 표정으로 얘기했다. 빨리 빨리 본사에 통보해 달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베트남으로 발령난다는 얘기가 돌자 많은 직원들이 걱정을 해주었다. 해외를 왜 나가느냐, 무슨 잘못을 했느냐, 이제 회사에서 버리는 카드가 된거냐 라는 등등. 나처럼 베트남에 대한 공포들이 상당수 많은 듯 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 전투를 앞둔 결의에 찬 장수마냥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희생냥처럼 말하고 다녔다.반드시 살아서 돌아올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3개월에서 끊나지 않을거다라는 악담(?)을 해주었다. 하노이에서 분명 어떠한 사유로든 더 묶여 있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난 보란듯이 11월까지 총 8개월간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들렀던 호안끼엠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