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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거닐다

베트남 하노이 생활 중 매일 보게 되는 출근 10분간의 풍경

2014년 3월 말 베트남에 파견을 갔습니다. 2014년 11월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았습니다. 아래는 그 때 겪었던 저와 제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침에 집에서 나와 출근하는 10분간의 풍경입니다.

 

하노이에서 구한 집에서 처음으로 출근하는 날이였다. 아침 6시반까지는 출근을 해야 해서 6시 10분경에 집을 나섰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보니 난관에 부딪혔다. 집 출입문이 셔터로 닫혀있었다.

 

베트남의 집들은 거의 대부분 방범셔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1층을 주로 주차장으로 사용을 하거나 거실로 사용하는 구조의 건물들이 많은데 우리집은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케이스의 집이였다. 출근을 해야 하는데 셔터가 닫혀있다니 예상도 못한 일이였다.

 

이 상황을 어쩌지? 라고 생각하다가 가드(Guard)를 불러보았으나 자고 있는 듯 했다. 집을 지키라고 세워둔 가드가 아침까지 자고 있다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였다. 불을 모두 꺼둔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1층을 살금살금 기어 가드가 거주하고 있는 실에서 노크를 했다. 처음 노크했을 때는 듣지 못한듯 하여 "Hello~"라고 소심하게 말하며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나도록 노크를 했다. '으음~~'하면서 가드가 깨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영어로 더듬더듬 나가고 싶다고 말을 했더니 못알아 듣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대학교육을 받으면 영어를 꽤 잘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인들은 전혀 영어를 못한다. 우리 가드가 영어를 못하는 그런 부류였다. 난 바디랭기지를 통해 셔터를 올려달라고 했고 그제서야 이해했는지 리모컨을 이용하여 셔터를 올려주었다.

 

밖은 이미 밝았으므로 셔터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1층 주차장 내부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뭔가 쇼생크 탈출이라고 하는 기분이였다. 밤에만 보던 골목길은 좀 온와하고 고요한 느낌이 있었지만 밝은 아침에 다시 마주한 골목의 모습은 전혀 새로웠다. 아침에서야 우리 집 앞에 나무도 있었고 다른 집도 있었고 사람들도 보였다.

 

맨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골목에서 고기를 파는 모습이였다. 매일 아침 우리집 근처에서 좌판에 생고기를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모습이 다소 충격적이였다. 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테이블에 비닐장판 같은거 하나 깔아두고 고기의 종류와 부위를 알 수 없는(갈비만 알아볼 수 있었던) 고기 덩어리들과 돼지콩팥을 그 위에 나열해놓고 팔고 있었다.

 


장사는 꽤 잘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간에도 그 테이블 주변에 고기를 사러 온 주부들이 4~5명은 꾸준히 있었다. 테이블 옆에는 닭이 꼬꼬댁거리고 있었고 고기를 가는 조잡한 기계도 하나 있었는데 위생상태가 엉망이다. 고기를 가는 기계는 냄비를 개조해서 만든건데 닦지도 않고 고기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더욱 치를 떨었던 것은 고기 주변에 파리떼가 들끓는데도 불구하고 고기는 잘만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냥 팔로 휘적휘적 저어서 파리떼를 쫒을 뿐이였다. 고기를 사러 온 사람들도 파리떼 정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고기에는 파리가 붙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였을까?

 

그리고 그 옆에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뭘 파는지는 모르지만 내부를 보니 과자류 조금 있고 음료수 몇 개 있고 담배도 몇 갑 정도 있고 채소를 팔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아~! 음식도 판다. 조그마한 구멍가게 하나가 안하는게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 삼삼오오 모여있는 그 사람들은 택시기사들이다. 집 앞에 좀 넓은 공간이 있었는데 택시기사들이 쉬러오는 공간이였다. 여기에 차를 주차해놓고 낮잠도 자고 이렇게 밥도 먹고 수다도 떤다. 나중에 우리가 택시를 자주 이용하던 탓에 친하게 안면터고 지내던 기사도 여기서 만났다. 밥을 먹고 있음에도 나를 보더니 '택시?'라고 묻는다. 한동안은 아침마다 이렇게 물었다.

 

 

조금 더 골목을 걸어가면 역시 작은 빵집을 하나 만나게 되었다. 집이면서 빵집인 그곳의 주인은 한국말을 곧잘한다. 맨날 난닝구를 입고 있던 그 빵집 아저씨는 우리 부부를 처음보고 한국말로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에서 10년 정도 일을 했었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그 난닝구를 입은 빵집 주인과 인사를 하고 걸어간다.

 

빵집에서 좌회전을 했더니 또 좌판이 있다. 골목 담벼락에 붙여 테이블을 만들어놓은 그 곳은 아침식사를 파는 곳이다. 쌀국수같은 것을 판다. 이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다.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아침을 집에서 해먹지 않고 이렇게 나와서 밥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침에만 장사를 하는 떳다방(?)을 많이 볼 수 있다.

 

 

골목이 끝나가는 곳에 이번에는 천막을 치고 쌀국수를 파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역시 아침, 점심에만 장사를 한다. 한번쯤 먹어볼만도 했지만 쌀국수를 삶는거나 설겆이 하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 위생이 자유로운 나라이다.

 

이 천막 가게를 지나면 비로소 큰 길을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 나오는 시간은 불과 7분여. 대로에 나오면 오토바이와 차들이 엉켜서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리우자이 길 근처이므로 교통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

 

 

교통경찰이 있으나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서 있기만 하고 신호위반은 물론이고 꼬리물기, 무단횡단이 공안의 눈 앞에서 버젓이 이루어진다. 단속하는 대상은 공안 마음이다. 일본대사관 근처를 지나다 보면 길거리에서 한무더기의 여성들이 어마어마한 앰프를 틀어놓고 에어로빅을 하는 진풍경을 만나게 된다.

 

베트남 사람들 운동 참 좋아라 한다. 남자들은 보통 베드민턴을 친다. 대우호텔 근처로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슨 태극권 비슷한 것도 하고 그냥 앉어 있기도 하고 걸어다니기도 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 출근하는 10분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