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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조희연 교육감님! 야자체험 이런거 하지 마세요.

어제 조희연 교육감님이 모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의 일상을 체험하고 야자체험까지 하셨다는 뉴스를 접해 들었습니다. 어떤 의도로 이런 퍼포먼스를 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조희연 교육감님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적잖히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전시행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야자 체험하는 조희연 교육감>

 

저도 야자를 밥먹듯이 많이 했던 세대입니다. 중2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야자를 했으니까요. 왜 야자를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매일 밤 10시~11시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습니다. 이때의 학교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목표는 다 똑같았습니다.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목표였지요.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표는 학교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목표와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요.(모든 수험생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는 없는거잖아요. 어떤 방법으로든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여튼 이 야자는 학창시절 추억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학생들의 가치관 및 인격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그런 일을 단 하루 체험한다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 야자 하루 체험한다고 고등학생들의 고통을 발톱의 때만큼도 이해할 순 없죠. 오히려 하루 체험하면 재밌을것 같은데요? 그리고 교육감님이 옆에서 체험하고 있을 때 그 옆의 학생은 얼마나 신경 쓰였겠습니까? 

 

우리가 조희연 교육감님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학생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하려고 하는 행사를 기대한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아 주시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육계를 망쳐왔던 보수교육감보다 진보교육감을 저희가 선호했던 이유는 지나친 경쟁체제의 교육을 변화시켜 달라는 것이였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말못할 고통을 감수시켜 달라는 것이였고 인성 교육이 먼저인 학교를 만들고 이를 통해 대학들의 정상적인 아이덴테티를 확보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어달라는 것이였지 그런 퍼포먼스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퍼포먼스를 통해 "아 이제 이 사람이 학생들을 이해한 교육감이구나" 하고 생각하지도 않을거란 사실입니다.

 

 

<사진출처 : 카페 '연이말'>

 

 

교육감님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수도 없구요. 다만,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결정과 희생, 책임의 짐을 짊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실태요? 굳이 교육감님이 체험하지 않아도 그 전문가들이 많고 수없이 많은 날을 학생들과 같이 체험한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과 함께 비전을 제시하고 학생과 나라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길을 닦아 나가야 합니다. 교육감님은 그걸 하시면 되요. 혼자서 다 하는 건 리더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과 사회지도자들이 이런 퍼포먼스를 해왔습니까. 그걸보고 좋다고 생각하진 않으셨을 겁니다.

 

저는 교육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교육분야에 전문가라는 얘기가 아니고 교육이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교육자들과 교육정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죠. 조희연 교육감님의 정책도 지지했었고 변화되는 교육 현장을 기대하였습니다. 근데 어제의 교육감님의 야자체험은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