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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마지막 강연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서울대 초빙교수가 그 마지막 강연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분에 대해 평소에 알지 못했던 바, 또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마지막 강연이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기사를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몇 몇 발언이 심히 거슬린다.

 

일단 기사 제목은 이렇다..

[문창극 "우리나라는 불신사회... 극복 못하면 쇠퇴한다"]

참 옳은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상을 정확히 짚었다. 맞다. 우리나라는 불신사회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느 나라라도 발전은 커녕 쇠퇴할 수 밖에 없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말 저변에 깔린 그의 철학이다. 내가 이해하는 불신사회라는 것은 국민이 국가를 못믿고 통치자를 못믿고 각종 경제주체들과 법집행을 믿지 못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봐야 나아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불신이다. 이건 내 믿음이 아니고 실제이다.

정치인들은 늘 거짓말을 해대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대통령조차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언론은 이에 동조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말을 해대며 법 앞에 평등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법치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으며 대학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하소연을 하면 장학금을 받으라는 말로 덮어버리고 같이 잘살고 국가가 잘못하고 있으니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질타를 하면 종북 빨갱이로 몰아가는 사회가 불신사회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문창극 후보자는 나와는 생각이 좀 다른 듯 하다.

그리고 또 그는 말한다. 바르게 자라는 것이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립이란 '복지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난 이 말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우리는 얼마나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나. 아니 얼마나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가에 대해서는 난 회의적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 여쭤보고 싶다. 얼마나 독립적으로 복지에 기대하지 않고 참다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

가끔 돈이 없다고, 집안이 좋지 않다고, 공부를 못한다고,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고, 대기업에 다니지 못한다고, 많은 돈을 벌지 못하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는건지 물어보고 싶다. 앞 서 말했던 것처럼 누구는 부모님이 가난하여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좋은 대학을 갈 기회를 놓치고 사교육에 들일 돈이 없어 좋은 회사에 지원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 부당한 멸시나 평등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없는지. 누구는 수백억을 횡령해도 휠체어만 타면 집행유예로 빠져나오고 누구는 아이 분유를 훔치다가 전과자가 되고 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과거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대통령이 불법으로 당선이 되어도 말 못하고 분노만 하는 사회, 검찰이 청와대와 여당, 재계 관계자들에게는 그 법의 적용이 한없이 유해지지만 유독 나에게는 혹독했던 경험. 없으십니까?

 

우리는 복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놈팽이 같은 사람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그게 국가다.

루소는 말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서는 안되고, 그 누구도 자신을 팔 수 있을만큼 가난해서는 안된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사회계약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즉, 국가가 그 구성원을 어떤 수단으로든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늘 국민은 독립적으로만 살아야 하는지 설명도 없다. 진정한 발전은 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동반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독립을 논해야 하는 것이다. 문 후보자가 말한 것처럼 "땅에 뿌리를 내릴 만큼"의 복지는 실현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참 이 사회가 우려스럽다.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삶은 팍팍해질 것이다. 문 후보자님이 말하는 그 사회가 진정 건강한가. 라는 것은 늘 의문점이다. 참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요즘 젊은이들이 꿈도 없고 욕심도 없다라고 질타한다. 난 그들의 생각을 전면 부인하는 바이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도 가끔 꿈도 없고 욕심도 없는 10대, 20대, 30대를 만나보게 되는데요.
그건 기성세대와 기득권자들의 잘못입니다. 우리의 사회정의 실현에 대한 무관심이 지금의 세대를 낳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이라고 왜 꿈이 없고 욕심이 없겠습니다.
그럴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조금씩 학습되어온 결과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강남, 대치동에 사는 애들보다 좋은 대학을 가기 힘들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힘들고 물질만능사회를 만들어 돈없으면 사람대우도 못받는 세상 누가 만들었을까요?
지금의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비정규직 문제 어디서부터 시작이라고 보십니까?
비정규직으로 인한 불안감을 그들 스스로 만들었을까요?
그들은 아마도 스스로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지도 몰라요.
근데 그게 열심히 안한 그들의 잘못만으로 그런 족쇄를 채워도 된다고 누가 정의할 수 있습니까?
일제시대를 거쳐, 군부독재 시대를 거쳐, 급격한 산업화를 거쳐, IMF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 전 생각해요.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만든 우리의 잘못입니다.
나와 가족을 위한다는 명복으로 비겁했고 비열했고 불의에 눈감았던 우리의 잘못입니다.
그들에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오히려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많은 아픔과 좌절, 시련을 주었어요.
엎드려 석고대죄해도 부족합니다.
꿈이 없다라고 하지 마세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만들어주세요.
돈이 없어도 꿈을 위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세요.
그런 큰 일을 내가 어떻게 해 라고 하지 마세요.
어떻게 하면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우리 모두는 알아요... 다만, 거기서 눈을 돌릴 뿐이죠. 지금..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 욕심을 가져야 합니다."

 

 

전 당신이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