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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부화된 거미 새끼들

최근에 사무실 이사를 했다. 본인은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하다보니 사무실 집기류를 들고 이리저리 떠돌기 일쑤이다. 최근에 이동한 대전에서도 한동안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서 사무실을 못짓고 컨테이너에서 생활을 몇 달했다. 그 와중에 집기류는 외부 한 구석에다 쌓아놓고 천막으로 덮어서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비 바람에 습기 피해를 어쩔수 없이 보게 되었다. 최근 가설사무실을 지어놓고 이사를 완료했으며 이사짐들을 풀어놓는 과정에 있다. 이사짐 정리가 거의 완료되었을 즈음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직원 대리 하나가 말한다.

"팀장님. 거미. 거미."

나는 의아해 했다. 저 놈이 뭔말을 하는건지.

그 대리는 큰 박스 하나를 손에 들고 책상위에 올려두고 어느 한 곳에 손가락을 가르키고 있었다.

"거미가 새끼 깠어요"

 

거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 멀리서는 몰랐는데 아주 작은 거미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충 형태를 살펴보니 어미로 추정되는 거미가 한마리 있었고 조그마한 먹이로 보이는 물체와 그 주위로 거미줄이 간헐적으로 있었는데 그 안에 거미 새끼들이 수십마리 있었다. 너무 작아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이리저리 건들어 보니 어미 거미는 아직 살아있었다. 예전에 다큐등에서 봤던거 처럼 새끼가 어미를 먹는 단계는 아직 아닌가보다. 미리 잡아놓은 먹이를 먹고 있었겠지.

 

 

 

생명은 언제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이나

이 거미들하고 우리가 동거동락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쩔수 없는 이것들을 해충으로 간주하고 죽여야 하는 마음이 아파왔다.

얼마전에도 까투리와 그 새끼 꿩들을 현장에서 내보내야 하는 일이 있었건만....

이제 막 세상으로 그 생명을 피어보는 수많은 거미새끼들에게 명복을 빌면서 모두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다음에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태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