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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대화

유시민 주례사로 기억해 본 내 결혼선물

오늘 하루종일 SNS와 인터넷 상에 유시민 작가님의 주례사가 보이더라구요. 한 커뮤니티에 유시민 작가님이 주례를 보며 말씀하신 내용을 적은 글이 시초였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읽어보니 유시민 작가님의 따뜻하지만 치열한 삶의 향기가 말 속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유시민 주례사 내용을 옮겨봅니다.




유시민주례사


"두 사람 오래 준비해왔고, 또 서로 잘 아는 부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먼저 혼인 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몇 가지 팁을 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는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노회찬 의원님 어록인데요. 혼인 생활을 가리켜서, ‘차이를 다루는 예술이다’ 이렇게 늘 말씀하십니다. 제가 약간 보충할께요. ‘혼인 생활은 차이와 더불어 변화를 다루는 예술이다’. 서로 잘 알고 사랑해서 부부가 되었지만, 함께 잠들고 또 아침에 함께 눈 뜨고 하다보면 연애할 때는 안 보이던 것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또 살다보면 그 전에 없던 게 생길 수도 있고, 바뀌기도 합니다. 그럴 때 좋은 점만 보고 사랑하는데, 그건 누구나 다 하는 겁니다. 부부는 안 그런 것 까지도 개성으로 인정하고, 감싸 안고, 포용하고, 변해가는 모습까지도 받아들여주고, 그러니까 부부죠. 좋은 거 좋아해주고 안 좋은 거 싫어하는 건 그냥 남들끼리 사는 거죠. 이런 차이와 변화에 대해서, 그걸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구요. 그것까지도 껴안아 주십시오.


두 번째는 오늘처럼 몸과 마음이 다 매력 있는 연인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부부가 된 후에도 사랑을 표현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해요. 연애할 때는 뭐 이벤트도 하고, 잘해보려고 하다가, 부부가 되고 나면 내 사람, 혼인 신고하면 지가 어디 가겠어?, 말 안 해도 내 마음 알지?, 이거 안 돼요. 우리 마음이라는 것은 안 보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지 않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부부는 생물학적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는 가족입니다. 늘 사랑을 확인해야 해요. 남편은 되도록 멋진 남자여야 되고요, 아내는 매력 있는 여자여야 해요. 살다보면 친숙해지는데, 친숙함도 좋지만, 사랑이 있던 자리를 친숙함에게 뺏기면 안 돼요. 그래서 결혼생활은 끊임없는 투쟁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친숙함과의 투쟁. 두 사람이 서로 언젠지는 모르지만, 호감의 눈빛을 처음으로 맞추었던 순간, 그리고 그런 것들을 서로 알게 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거 없이는 오늘 이 자리가 없으니까요. 그 때를 잊지 말고 늘 그런 눈빛, 그런 마음, 그런 감정을 매일 매일 들게 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멋진 연인으로 남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는, 되게 고리타분한 주례사의 주제인데요, 역지사지.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는 겁니다. 살다보면 다투는 날이 오게 돼요. 안 오면 제일 좋지만, 올 수도 있죠. 또는 오게 됩니다. 그럴 때, 그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시간을 꼭 가지기 바랍니다. 바꿔놓고 생각하면, “왜 저러지?”하던 것이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이렇게 될 수 있어요. “뭐 그럴 수도 있겠네.”하고 한번 생각하고 대화를 하면, 훨씬 부드러워지죠.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을 때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곧바로 대화를 시작하지 말고 한번 입장을 바꿔서,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본 다음에 대화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면 싸울 일도 줄어들고요. 싸움이 열정으로 가지 않겠고요. 빨리 끝날 수 있습니다. 나 이거 잘 해서 쫓겨나지 않고, 30년째 남편으로서 잘 살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고리타분하지만 진실된 내용입니다. ㅎㅎ


이 글을 읽다보니  결혼할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해에 저는 결혼을 했는데요. 유시민 작가님이 주례를 봐주신 건 아니지만 작가님께 결혼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왠만한 사람들은 다 받았다는 유시민 작가님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 였었죠. ㅎㅎ


그 책을 보내주시며 앞 장에 덕담을 적어 주셨었는데요.

"(신부이름), (내이름)님의 혼인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따뜻하고 행복한 새 가족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라고 써 보내주셨습니다. 결혼식 전에 받았는데 유시민 작가님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덕분에 아직까지(?)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이 포스팅을 통해 전해드리고 싶네요. 작가님의 고리타분한 주례사 중 가장 와닿는 것은 마지막 세번째입니다. 

역지사지

저희 부부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님. 책 선물 너무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씀을 이제서야 드립니다.

(기억 못하시겠지만 한번 만나긴 했어요. 제 아내하고 악수까지도 하셨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