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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에세이

내가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 '무지에서 비롯된 용기'

1년 전 이맘때쯤 난 내 책의 최종원고를 출판사로 넘겼고 출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도록 흥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쓴 글로 이루어진 종이가 한데 묶여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게 <하노이 거닐다> 는 출간된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 갑니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제가 어떻게 책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저는 독서벌레도 아니었고 글로 상 한번 타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보통 사람들처럼 보통의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보통수준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처럼 내 책을 한번 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읽은 책들이라고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것일 수 있겠지만 자기계발서만 주구장창 읽어대던 사람이었습니다. 문학이나 에세이는 사실 쳐다도 보지 않는 사람이었죠.


그 흔한 여행기 한번 사서 보지 않았던 제가 여행에세이를 출간하였다는 것은 참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당일치기 여행을 제외하고 장기간 여행을 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책보다는 다른 분야의 책을 쓰기 위해 기웃거리고 있었죠. 그렇게 책을 써보려 전전긍긍하기를 몇 년이 지났지만, 저는 단 한 꼭지도 쓰지 못했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회사에서 공문을 쓰는 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이 블로그는 운영하고 있었으나 그냥 아무 말이나 쓰는 조잡한 수준이었기에 글이라고는 할 수 없는 포스팅이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장기간의 해외파견. 제가 원한 것도 아니었고 회사의 명령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해외파견이라는 회사의 요청이 있고 나서 곧 저는 단 한 번도 여행으로도 가보려 생각하지 않았던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단 3개월만 파견 갔다 오라는 회사의 이야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8개월을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하노이, 하노이 거닐다


저는 베트남 생활이 좋았습니다. 어떤 이들은 베트남 생활하면서 지긋지긋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다행히 저는 베트남이 좋았어요. 아마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해결해준 기회가 되었었기 때문일 겁니다. 8개월이 짧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때부터 베트남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글은 써야 늡니다. 글쓰기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유시민 작가님의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처음에는 단 몇 줄 적던 것이 습관이 되니 글자 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글 쓰는 시간도 단축이 되고요. 어떻게 글을 구성해 나가야 할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깨우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제가 쓴 포스팅들이 대거 다음 메인 페이지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한 달에 대여섯 번은 다음메인에 제 글이 올라왔어요. 그러다보니 글 쓰는 게 더 재밌었습니다. 이로인해 내 글이 '다른 사람들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포스팅은 쌓여갔고 쌓인 글만큼 책을 낼 수 도 있겠다는 자신감도 쌓여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원고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기존에 있었던 포스팅을 재정비하고 추가로 몇 개의 꼭지를 더 작성하였습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여유가 없어서 회사생활하면서 점심 먹고 쉬는 시간 30분 동안, 퇴근 후 1시간정도 쉬는 날 몇시간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원고를 정리했습니다. 한 1년 걸렸나보네요. 제 계획보다는 5개월 정도 더 소요되었습니다. 쉬는 날마다 서점에 들러서 다른 여행에세이 책들을 살펴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책을 보며 '이정도면 나도 해볼 만 한거 아닌가?'라는 착각을 했습니다. 최소한 이 책들보다는 잘 쓸 자신 있다고 오만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지'로부터 비롯된 '용기'

이었습니다.


나중에 제 책이 나오고 나서 제가 얼마나 다른 책들을 폄하했던 것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죠. 책을 쓸 때 제가 참고했던 다른 분의 책이 홍인혜 작가님의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감히, 이 분과 같은 수준의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 만용이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책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무지에서 비롯된 용기는 오히려 목표한 바를 이루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생각과 걱정이 많으면 오히려 발걸음을 내딛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물론 완성도에 있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건 앞으로 발전하면 되는 것이잖아요. 처음부터 우리는 김훈 작가님처럼 될 수 없고 헤밍웨이처럼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만일 제가 너무 제 글을 비하했더라면 아직까지 제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점점 발전해야겠죠.


책쓰기

<이미지 출처 : Pixabay>


초고를 몇 차례 검토하는 과정에서 출판사를 알아봤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자비출판을 생각했습니다. 내 원고를 알아봐달라고 출판사에 원고를 돌리면서 승낙을 기다리는 여유를 부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자비출판하는 출판사에 견적을 받아보기 시작했고 그보다 훨씬 전에 출판비용 마련을 위해 블로그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별도의 적금통장에 모아두었습니다. 최종원고가 마무리되기 전에 저는 가장 맘에 들었던 출판사 하나와 접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렛츠북' 출판사입니다. 그리고 1년 동안 모은 블로그 수익은 700만 원 정도가 되었습니다. 출간비용은 400만원이 조금 넘게 들었으니 돈은 충분했습니다. 잠시 한국책쓰기협회(한책협)에서 책쓰기 코칭을 받아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마케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1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너무 부담이 되어 자비출판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책


그렇게 제 책 '하노이 거닐다'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고 지금까지 판매실적은 저조하지만 고맙게도 꾸준히 책은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초판을 다 털어버리는 것은 요원하지만 책을 냈다는 그 사실만으로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또 다른 책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완벽함보다는 불완전한 한걸음을 내딛는 것.

불완전한 나 자신이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마음가짐으로 삼아 봐도 좋지 않을까요?


모든 독자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