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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정보

마테호른,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그 산

스위스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은 체르마트(Zermatt)였습니다. 스위스내에서도 청정지역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고 체르마트 마을이 너무 이쁘다는 말도 들었고 무엇보다 체르마트에는 마테호른(Matterhorn, 해발 4,478m)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 6시에 인터라켄 동역에서 기차를 타고 4시간 정도 달리니 체르마트에 도착했습니다. 고산지대라 그런지 날씨가 약간 쌀쌀했습니다.(제가 갔을 때는 8월이였습니다.)  이미 어둠이 짙어진 터라 저희는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날씨를 확인하고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숙소를 나왔습니다. 날씨가 흐렸습니다. 살짝 걱정이 됐지만 편의점을 다녀와서 다시 마테호른을 바라보니 살짝 보이는 듯 했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 모습입니다. 사실 전 그 모습이 마테호른의 85%이상의 모습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습이 마테호른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튼 저희 부부는 서둘러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마테호른을 관찰할 수 있는 여러 루트가 있는데 저희는 슈바르츠제(Schwarzsee)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슈바르츠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갑니다. 이 케이블카가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스릴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라가는 길에 보는 여러 산들과 풍경들을 원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해발 2,583m의 슈바르츠제에 올랐더니 고산증세가 살짝 느껴졌습니다. 아래에는 작은 호수와 예배당이 보였으나 마테호른은 안개와 구름으로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끔 아주 살짝 산 벽이 보이는 듯 했으나 금새 안개에 갇혔습니다. 아내와 저는 혹시라도 마테호른이 드러날까봐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테호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내입니다.>

 

산을 조금 올라봐도 마테호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아내와 호수와 예배당만 둘러보고 이리저리 걷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Glacier Paradise로 향했습니다. 저희는 다음날 취리히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테호른을 볼 기회는 이 날이 전부였기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역시 마테호른은 비싼 녀석이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다음에 스위스에 올 때를 기약해야 했습니다.(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날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체르마트 역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8시가 되기 전이였습니다. 너무나 아쉬워 역 앞에서 짐을 들고 마테호른 방향을 계속 쳐다보았습니다. 근데 이 날 역시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으나 아주 조그마한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 저 구름층 위로는 아주 화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제 케이블카를 타보니 슈바르츠제 아래 고도에서 구름층이 형성되는 것을 보았고 지금 보이는 구름이 그 높이에 형성되어 있다면 그 위로는 굉장히 화창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전 아내에게 슈바르츠제를 다시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반나절 정도만 늦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였죠. 짐을 기차역 보관소에 맡겨두고 서둘러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갔습니다. 다행히 다시 티켓을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제 샀던 티켓을 사용 가능했습니다. 아마도 티켓을 사고 난 뒤 24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구름층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구름층을 벗어나자, 놀라운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바로 마테호른을 보게 된 것입니다.

 

 

마테호른이 그런 모습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인지 알지도 못했고 기대도 안했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너무 신비로웠습니다. 어떤 사진이나 언어도 그 모습을 10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케이블카를 타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슈바르츠제는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이였습니다. 아주 깨끗한 날씨와 햇살 때문에 눈을 똑바로 뜰 수 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본 마테호른에게 전 감사의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정에 벗어난 행동이였지만 저에게는 이렇게 깨끗한 모습의 마테호른을 볼 수 있었던 과감한 도박이였죠. 그리고 전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마테호른을 온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였습니다.

이런 기회를 준 세상 모든 것에 저절로 감사하게 되었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