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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샌 안드레아스, 다른 재난 영화들을 섞어 놓은 짬뽕같은 '미국 영화'

오랜만에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봤네요. "샌 안드레아스"

미국에 어마어마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SF, 가족영화입니다. 개봉 6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입니다. 사실 재난영화는 믿고 보는 편입니다. 거대한 스케일과 자연 앞에 작기만 한 인간이 펼치는 필사의 생존본능도 보이면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소재입니다.

 

영화 초반부터 마구마구 부서지는 장면이 압권인데요. 댐이 무너지고 빌딩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하는 장면들은 꽤 현실감 있게 그렸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 곳곳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있더라구요.

빌딩이 넘어지는 모습, 땅이 들썩거리는 모습, 주인공이 비행기로 재난을 피해가는 장면에서 영화 '2012'가 자꾸 오버랩되어지는 것은 비단 저 뿐이였을까요? 지진으로 인해 발생된 쓰나미 장면에서는 '투모로우'가 연상되는 것은 저의 과민반응일까요?

 

 

그런 장면들에서 좀 실망했어요. 물론 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진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늘 새로운 장면을 기대해보지 않았겠습니까? 좀 더 참신한 장면들이 몇 컷 더 있었으면 아주 높은 점수를 줬을거에요. (그렇다고 아주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나마 참신한 장면을 꼽으라면, 쓰나미를 넘어가는 배들의 질주 장면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쓰나미가 도시를 휩쓰는 장면에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쓰나미가 덮칠 때, 흐린 날씨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좀 디테일한 면이 보이지 않았다면, 샌 안드레아스에서는 쓰나미가 덮칠 때 배경이 그나마 환해서 디테일한 요소가 현실감을 더해줬습니다. 

 

 

하지만, 슈퍼맨 같은 주인공 가족들의 모습은 이 리얼한 장면들이 주는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것만 같았습니다. 또한,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재난시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영상과 같은 대사들은 헛웃음을 나오게 했어요. 가장 가관은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펄럭이는 성조기... 욕이 나올 뻔 했는데, 이해하자구요. 미국 영화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면 태극기를 흔들었을 수도 있는거니까요. 

 

그래도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지진에 의해 무너져가는 도시를 그려낸 그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주인공 가족들의 과도한 설정은 조금만 자제했다면 좀 더 감동적이였을텐데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돈이 아깝지는 않아요. 눈요깃거리가 참 많으니까요. 그리고 덤으로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기까지 하지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글을 쓰면서 새롭게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