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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스위스와 베트남 비교를 통해 살펴 본 선진국의 조건 "신용사회"

스위스는 선진국이라 할 수 있고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으로 표현하는데 크게 이의는 없을 것입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 짓는 것은 여러가지 항목이 있겠지만 거시적 경제지표 비교는 배운게 짧아 설명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두 국가를 방문했을 때 생활 속에서 보고 느꼈던 어떤 사례를 통해 선진국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어떤 나라를 선진국이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제가 결론 내린 답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스위스 베트남

 

선진국의 조건, 그건 바로 국가 구성원들 간의 신뢰, 신용입니다.

 

물론 이 신뢰, 신용이란 단어 자체가 가지는 추상성 때문에 수치화 할 수 있는 비교항목은 아니지만 한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에 따라 가늠해 볼 수는 있죠. 맨처음 베트남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베트남의 사례

한국에서도 마트 홀릭으로 살았던 저와 아내는 베트남에 정착하자마자 대형마트에 방문해 생필품 먹을 것, 그리고 먹을 것, 또 먹을 것을 구입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Bic C Mart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미딩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한 Big C 마트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습니다. 1층은 임대매장들이 있었고 무빙워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마트가 나오게 됩니다. 구조는 한국 대형마트들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여 뭐 별 것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제품들도 많았죠. 한국 어느 마트와 같이 결재를 하는 POS 옆에 마트 내부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었는데 경비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뭐 한국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런데 자신있게 아내와 팔짱끼고 마트로 들어서면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입구에 서 있던 경비가 저희를 붙잡더라구요. 이 경비가 영어를 못하다보니 베트남어로 저희한테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더 들어보니 경비는 우리의 가방을 문제삼는 듯 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지갑과 이것저것 필수품들을 넣고 다니는 작은 크로스백을 하나씩 가지고 다녔는데 이 가방을 가지고 뭐라고 하더라구요. 그 경비는 손가락으로 제 가방을 가르키고 다시 마트 입구를 가르키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마트 입구를 봤는데 또 다른 경비가 마트에 출입하는 사람들의 가방을 비닐로 싸 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마트 가방 봉인

<마트 입구에서 가방을 비닐로 싸고 인두로 비닐 입구를 봉해주는 직원>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가방을 저들처럼 비닐에 싸라는 신호였어요. 다시 입구 밖으로 나가 가방을 포장(?)하는 긴 줄 뒤에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오자 저와 아내의 크로스백을 비닐로 싸고 인두 같은 장비로 비닐을 봉했습니다.

 

 <가방이 봉인된 마트 고객들>

 

베트남 마트에서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모를 절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베트남에서는 도둑을 알리바바라고 하는데 하도 많은 알리바바들이 있어서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였습니다. 물론 물건을 무단으로 들고 나가면 부저가 울리는 장치도 있었지만(실제 작동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인력과 일회용품인 비닐을 그렇게 소비하면서까지 도둑질을 막아야하는 베트남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베트남 마트

 <마트에서 가방을 봉인당한(?) 아내>

 

이런 불신의 표상은 하나 더 있습니다. 채소나 야채를 구입할 때 볼 수 있는데요.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같습니다. 채소나 야채는 무게별로 단가가 정해져 있고 적당량의 야채를 일회용 비닐봉지에 넣어 저울에 무게를 달면 계산할 금액이 명시된 바코드가 찍혀서 나오죠? 한국도 그렇습니다. 다만, 베트남에서는 무게 계산이 끝나면 이 비닐 봉지 입을 밀봉합니다. 역시 계산이 끝나고 물건을 더 집어 넣을까봐 그런 것이지요. 한국은 그렇게까지 까다롭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트에서 구입할 것을 고르고 계산을 다 끝내고 나가는 과정에 또 한번의 검열이 있습니다. 자신이 산 물건과 계산이 완료된 영수증을 나가기 전에 서있는 경비에게 다시 한번 확인을 받습니다. 그 경비는 영수증을 한번 보고 물건들을 한번 스윽 살피고는 확인이 완료되었을 때 비로소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에서도 보지못한 철두철미한 감시입니다.

 

이는 마트가 고객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겠지요. 더 신기한 것은 베트남 사람들이 자신들이 잠재적 도둑으로 몰리고 있는 이런 조치에 대해 불만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들 당연시 여기는 모습이 더 놀랍기만 합니다.

 

 


◆ 스위스의 사례 

반면에 스위스는 어떨까요? 제가 베트남에서 거주하던 도중 스위스 여행을 떠났던 차라 더욱 확연하게 베트남과 비교를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에서 완전 큰 대형마트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갔던 가장 컸던 마트는 체르마트 기차역 앞에 있었던 COOP이란 마트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대형마트 못지 않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마트에 가방을 가지고 들어간다고 붙잡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가방을 비닐로 싸서 들어가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당당히 마트 안으로 가방을 둘러매고 들어갔습니다.

 

COOP

<Zermatt의 COOP MART>

 

그럼 채소를 구입할 때는 어떨까요? 스위스가 참 대단해 보였던 것이 이 채소 구입 방법이였습니다. COOP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 살만큼을 비닐에 담고 중량을 재는 저울에 사는 사람이 직접 단가표가 적힌 버튼을 누르고 계산을 합니다. 직원이 계산을 해주는 것이 아닌 사는 사람 본인이 구입한 채소의 가격을 직접 입력하는 것이지요. 놀라웠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시스템은 없었는데 말이죠.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은 혹시 내가 더 저렴한 단가를 눌러 사기를 치면 어쩌려고 그러나.. 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스위스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도덕심을 믿는 것 같습니다. 만일 한국에서 이런 것이 있다면 아마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구입한 것보다 낮은 단가로 계산하는 일로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COOP

<셀프 계산 중인 아내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같은 걸로 당황하게 됩니다. 스위스에는 트램이란 교통수단이 있는데 보통 표를 끊거나 저 같은 여행자들은 스위스패스를 가지고 이용하게 됩니다. 근데 검표를 잘 안해요~ 트램을 3~4번정도 타봤는데 단 한번도 저에게 표를 보여달라거나 검사를 하거나 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기차를 탈 때는 보통 한번은 검표를 하긴 하는데 이 트램은 검표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어요. 시민들이 정직하게 자발적으로 표를 구입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 않으면 절대 시행하지 못할 일이지요. 물론 몰래 공짜로 타다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린다고 하더군요.

 

스위스 트램

<단 한번도 검표를 하지 않았던 트램>

 

저런 신용이 밑바탕이 된 사회가 진정 선진국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 시민의식도 선진화되었다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은 커녕 우리 한국은 저런 신용과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되묻게 되었습니다. 신용이라는 구성원간의 암묵적 합의를 만들어낸 스위스가 참 대단해 보였고 부러웠습니다.(부러우면 지는건데~ 완전 참패했어요)

 

사회적 신용은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얼마나 유리한가요. 앞서 말한 베트남 마트에서는 가방을 싸야 하는 비닐봉투 비용과 여러명의 관리인이 필요하고 단시간에 쓰고 버리는 비닐로 인한 환경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비싸기도 하지만 그런 비용이 들지 않아요.

결국 사회적 신용은 국가의 부(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신용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나 법규,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시민의식 향상을 도모해야 선진국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