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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세월호 1주년 : 내가 세월호를 잊지 못하는 이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날이 왔습니다.

4월 16일

참으로 슬픈 숫자가 되어버렸네요.

 

정말 놀랍게도 아직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습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9명이나 되구요. 그 날 그 사고가 난 이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1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지요.

 

유가족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쉽게 세월호 참사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아내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왜 이리 세월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전대미문의 황당한 사고

 

세월호 사고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베트남에 있을 때 아침에 그 뉴스를 인터넷으로 보았습니다. 그 큰 배가 넘어간 것도 신기했지만 가장 황당한 것은 뉴스보도 내용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전원 구조되었다고 뉴스에 나왔습니다. 그 뉴스를 보고 금방 관심을 끊었죠. 그런데 곧 수백명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기사가 다시 뜹니다. 그 수백명은 그대로 나오지 못했죠.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이준석 선장은 도망가면서도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얘기를 안해줬나보죠?

저는 마치 스너프 필름을 보듯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주변에 있던 해경들도 지켜만 보고 있었죠. 그냥 지켜만 봤습니다. 그 죽음을..

 

구조를 하지 않았던 해경

 

정말 희한한 것은 해경은 배 안에 갖힌 학생들을 포함한 희생자들을 구하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해군의 도움도 거절하면서 가라앉는 세월호를 빙빙 돌며 바라만 봤습니다. 왜 그랬는지 아직 이유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말 언딘이 오기만을 기다린 것일까요? 학생들보고 나오라고 탈출하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이 저를 계속 맴돕니다.

그런 해경은 민간잠수부에 의지를 하게 되었지만 민간잠수부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 때 세월호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요직에서 잘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거짓말하는 정부

 

세월호와 관련해 우리는 해경이, 정부가,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수색하지도 않으면서 수색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 하고, 유족들을 언제든지 만나주겠다던 대통령은 단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고 해경을 해체하겠다던 말도 이름만 바꾸는 등 눈가리고 아웅이였습니다. 정부든 언론이든 믿을 수가 없었지요. 이런 불신은 정말 처음 느껴보는 것이였습니다.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자들을 국민들 중 하나인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도 유족들을 만나주지 않고 더불어 오늘 해외순방을 간다고 하는 등 세월호로 인해 아파하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행정 시스템과 재난 대처 시스템의 부재

 

이명박 정권 이후 나라가 엉망이라는 소리는 들어만 봤지만 실제 위기에 닥치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니였음을 우리모두는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 체계도 없고 관련 부서도 없고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그나마 있는 규정도 해운업자들을 위해 완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방은 둘째치고 큰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기술력, 전문가조차 없음은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실제 모습이라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참담한 모습을 그대로 생중계해주었지요. 재난을 담당하는 행정부처는 오로지 행정가들 뿐이였고 탁상공론만 일삼는 곳일 뿐이였죠. 소위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간이 거의 대부분 일을 해냈습니다. 그러니 구조 과정이 엉망진창이 될 수 밖에 없지요.

 

일베의 만행

 

세월호로 인해 일베들의 행동이 과감해졌음을 보았습니다. 입에 담을수도 없는 악담을 늘어놓는 것 뿐 아니라 단식투쟁하는 곳에 몰려와 폭식투쟁을 하는 행동은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웠고 눈쌀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그들은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없나 봅니다. 설사 세월호 유가족들이 과한 행동을 한다 할지라도 자식잃은 부모의 심정을 왜 이해해주지 못하는지 알 수 없었죠. 그들의 행동은 말그대로 '만행'이였고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였습니다.

 

 

 

분노하지 못하는 국민

 

세월호에 대해 정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정부가 아무런 책임이 없어서 그럴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구조를 못한 책임이 있죠. 해경은 언딘이란 해상구조업체와 유착관계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유가족들을 미행하고 채증했고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고 여당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정치적인 접근을 원천봉쇄해버렸습니다. 유가족들의 외침은 변질시켜버렸고 언론은 이에 동조했습니다. 일베들은 망자와 유가족을 조롱했고 대통령은 7시간동안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사고 발생시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 드러났음에도 우리 국민들은 참 착하기만 합니다.

 

 

관심도 두지 않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합니다. 행동하지 못하지요. 다만, 내 일이 아니였으니 참견할 일도 아니라고 눈을 돌립니다. 국가는 국민들의 세금을 걷는 조건으로 국민들이 국토내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가지고 돈벌이만 하는 관료들이 있었고 구조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만 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분노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민의 자격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