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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르 코르뷔지에가 스승에게 보낸 편지

1908년 11월 22일 일요일자로 된 장문의 편지에서 현대건축의 선구자이자 국제주의 건축의 시조격인 르 코르뷔지에는 스승에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고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친애하는 선생님께,

…… 제게 조각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고 하신 것은 옳은 판단이셨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게선 힘이 느껴지니까요.
제가 놀지 않고 공부만 한다는걸 굳이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조각가인 제가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제가 생각하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큰 진전이 있어야 하니까요.……
아직은 분명치 않은 저의 미래에 막연한 그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서 40년이라는 기간이 저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건축예술에 대한 저만의 개념이 이제 막 희미하게 잡혀가는 중입니다.
지금껏 저는 빈약하고 불완전한 능력밖에 갖고 있지 못해 그 주변만 맴돌았을 뿐이죠.


순수하게 조형적인('형태'만은 추구한 결과죠) 저의 건축 개념을 일격에 무너뜨린 빈을 떠나 파리에 도착한 뒤로 저는 제게서 암청난 공허감을 느끼고 이렇게 혼잣말을 합니다. '불쌍한 친구!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 게다가 더욱 한심한건 네가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거야.' 거기에 저의 엄청난 고민이 있습니다. 이것을 누구한테 물어볼까요. 저보다 훨씬 더 모르면서 오히려 저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샤팔라에게요? 그라세에게요? 아니면 F.주르댕이나 소바주, 파케에게 물어볼까요? 저는 페레를 만났지만 그에게 이 문제에대해 물어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건축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
하지만 저는 반발심이 일었기 때문에 선인들에게자문을 구하러 갔습니다. 저는 가장 '미친' 투사들을 선택했습니다. 20세기의 우리가 기꺼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사람들, 로마인들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3개월동안 저는 밤이면 도서관에서 로마인들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노트르담에도 갔고 미술학교에서 하는 마뉴시대의 고딕 양식에 관한 강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해했습니다. 그다음엔 페레 형제들이 제게 채찍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제게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때로는 토론을 통해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로마네스크 양식을 공부하면서 저는 건축이란 형태를 조화시키는 일이 아닌 다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럼 과연 그게 뭘까요?

그때까지는저도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계역학, 그후엔 통계학을 공부했습니다. 지난여름 내내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모릅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실수를 거듭한 뒤, 오늘에서야 저는 현대 건축에 대한 저의 지식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확인하고 화를 냅니다. 분노와 환희속에 ─'마침내' 저는 좋은 것이 거기있다는걸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본이 되는 것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수학이란 과목은 어렵기는 하지만 아름답습니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너무나 완벽합니다!……
페레의 작업장에서 저는 콘크리트라고 하는 것 , 그것이 '주장하는' 혁명적인 형태를 보았습니다. 8개월간 머문 파리가 제게 외칩니다. 과거의 예술에 대한 꿈을 버리고 논리, 진실, 정직을 향해 가라고 말입니다. 높은 곳을 쳐다보고 앞으로 가라고 말입니다!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고 의미를 싫어 파리는 내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사랑한 것을 불태워라, 그리고 네가 불태운 것을 사랑하라."……
건축가는 논리적인 두뇌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과학적이면서도 가슴이 따뜻한사람, 예술가이자 학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지만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조상들은 자문을 구하는 후손에게는 적절한 말을 들려준다는 사실을요.
사람들은 미래의 예술에 대해 말합니다 그런 예술을 존재할 것입니다. 인류의 삶의 방식, 사고방식은 변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우리는 미래의 예술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환경이란 바로 쇠입니다. 그리고 쇠는 새로운 수단입니다. 이 예술은 시작부터 눈부십니다. 파괴를 잘하는 재료인 쇠로부터 철근 콘크리트가 나왔으니까요. 철근 콘크리트는 놀라운 결과를 낳을 발명품입니다. 민중의 역사 속에서 철근 콘크리트는 그것이 만든 기념물에 의해 독창적인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저는 더 이상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동의할 수 없죠. 선생님은 20세 청년들이 성숙한 인간, '활동적'이고 실천적인 인간이 되기를 바라시죠. 자기 자신에게서 왕성하고 충만된 힘을 느끼는 '선생님'은 젊은이들도 그 힘을 갖고 있다고 믿으시니까요. '젊은이들'에게도 힘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개발할 힘입니다. 선생님이 파리에서, 여행지에서, 라쇼드퐁에 부임하신 처음 몇 년간 고독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개발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작은 성공은 너무 일찍 찾아왔어. 무너지기 쉬워. 모래위에는 집을 짓는게 아니야.
변화가 너무 일찍 시작됐어."
선생님의 병사들은 유령입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선생님은 '혼자' 남으실 겁니다. 선생님의 병사들은 자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존재하는 이유도 방법도 모르니까요. 선생님의 병사들은 그런 것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래의 예술은 생각의 예술이 될 것입니다.
높은 데를 바라보며 전진하는 개념!……
사랑하는 제자 올림



※ 르 코르뷔지에(Le Courbusier)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년 10월 6일 ~ 1965년 8월 27일)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작가이며 현대 건축에 큰 공헌을 했다. 그는 30대에 프랑스 시민권을 얻었다.

그는 현대 디자인의 이론적 연구의 선구자이며 밀집 도시의 거주자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노력하였다. 그는 50여 년 동안 활동하면서 중앙유럽, 인도, 러시아에 자신의 건물들을 만들었으며, 아메리카에도 하나씩 건축물을 만들었다. 그는 또한 도시 계획가이며, 화가, 조각가, 그리고 가구 디자이너였다.  

주요 작품

    <출처 : 위키백과>